[단독인터뷰]하위팀헐시티‘승승장구’주역필브라운감독

입력 2008-11-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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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다”…돌풍의 힘은 믿음+자신감 프리미어리그(EPL) 돌풍의 진원지로 빅4의 경계대상으로까지 떠오른 호랑이(헐시티의 닉네임)군단의 사령탑 필 브라운(49)을 만나기까지는 쉽지 않은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헐시티의 훈련구장까지 미리 마중 나와 있던 미디어 담당관 브랜든은 인터뷰 약속시간을 넘겨서까지 미니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필 브라운을 바라보며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브라운은 언제나 매우 바쁘다”는 말을 반복하는 브랜든의 얼굴에서 미안함이 묻어났다. 드디어 경기가 끝나고 인터뷰를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안도도 잠시, 필 브라운은 헐시티 유스 팀의 경기를 보러 가기 위해 축구화를 갈아 신으며 한마디를 던졌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 식당에서 뭐 좀 먹으며 더 기다리라”는 것이었다. 결국 예정된 경기가 모두 끝나고 나서야 필 브라운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한국 언론 최초의 필 브라운 단독 인터뷰가 시작됐다. -헐시티가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데요. 현재까지의 헐시티의 활약을 평가해 주시죠.  “많은 사람들이 등을 두드리며 우리가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를 말해 주곤 합니다. 그러나 매니저 입장에서는 2009년 5월24일에 헐 시티가 진정한 평가를 받을 것으로 봅니다(이날은 헐 시티의 2008-2009 시즌 맨유와 시즌 마지막 경기가 있는 날이다). 초반 12라운드가 지난 지금 승점 20점은 창단 104년 역사상 처음으로 잉글랜드 최고 리그에 진입한 신생 승격 팀으로서는 좋은 출발인 것은 틀림없지만 현재로서는 아무것도 보장된 것이 없습니다. 우리의 1차목표는 5월24일에도 우리가 EPL에 잔류하는 것이고 이제 그 목표를 위한 훌륭한 발판이 마련된 것에 불과하기에 우리는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합니다. 당장 다음 경기에 승점 20점을 상회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집중해야 합니다.” -2부 리그에서도 하위 팀이었던 헐 시티를 이렇게 변모시키기 위해 당신이 한 것은 무엇입니까?  “가장 중요했던 것은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믿음과 자신감을 주었던 것입니다. 더 나은 비전을 공유하며 우리가 더 나은 플레이어이고 더 나은 클럽이라는 것을 믿게 하는 것이었죠. 저는 야심이 있는 사람입니다. 처음에 매니저로 부임했을 때는 챔피언십 잔류가 당면과제였지만 점점 더 높은 목표를 위해 동기부여를 하며 노력한 결과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올 수 있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3년 정도 걸릴 목표라고 했지만 난 1년 만에 이루었습니다. 헐 시티는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오는 지를 보여 주고 있는 겁니다.” -그럼 헐시티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입니까?  “(웃으며) 약점은 말 안 할 겁니다. (한국인들만 읽을 수 있을 테니까 걱정 말라고 했더니 약점을 말해 주었다) 약점이라면 역시 경험 부족입니다. 우리는 EPL에서 뛰어본 적이 없거든요. 우리의 장점이라면 몇 명이긴 하지만 정말 수준 높은 선수들이 있고 체력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것이지요. 또한 강한 경쟁심을 바탕으로 한 정신력과 하나로 똘똘 뭉쳐져 있는 일체성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선수들만이 아니라 스태프와 서포터들을 포함해서 말입니다.” -당신의 축구철학은 무엇입니까.  “무조건 이기는 축구를 하는 것이지요. 아무리 악조건이라도 어떤 희생을 치르고서라도 상대가 강해도 약해도 나는 항상 승리하는 축구를 지향합니다.” -다른 EPL매니저들하고 비교해서 당신의 특징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나는 공격 지향적이며 빠른 패싱 게임을 추구합니다. 그리고 팬들을 즐겁게 하는 거죠. 팬들을 즐겁게 하는 단 한 가지 방법은 이기는 축구를 하는 겁니다.” -맨유의 퍼거슨이 선수들에게 헤어드라이어처럼 심하게 다그치는 강한 성격의 매니저라는 것은 당신도 아실 겁니다. 그렇다면 당신과 선수들의 관계는 어떻습니까.  “나는 선수들과 원만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이 선수들의 동기부여라고 여겨 왔습니다. 그리고 선수들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는 거죠. 내가 그렇게 하면 선수들도 그에 걸맞는 보답을 하게 마련이죠. 그러나 선수들에게 헤어드라이어 대접을 해야만 하는 험한 상황이 온다면 나는 그렇게 할 겁니다. 왜냐하면 나는 선수들의 최고능력을 끌어내야 하는 위치에 있으니까요. 하지만 나는 다른 많은 매니저들과는 달리 선수들의 목소리를 가능한 많이 들으려고 노력합니다.” -토트넘의 해리 레드냅은 당신이 이룬 업적이 이미 빅 클럽으로 성장해있는 아스널, 리버풀, 첼시를 맡고 있는 웽거, 베니테즈, 스콜라리보다 더 위대한 일이라고 했는데 당신의 의견은 무엇입니까.  “내가 그들보다 나은 매니저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들이 그런 빅 클럽의 매니저가 된 것은 그들이 전에 그에 상응하는 업적과 능력을 이루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그들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헐시티에서 가장 위협적인 팀은 어느 구단입니까.  “첼시입니다. 램파드, 아넬카, 존 테리의 첼시를 상대했던 경기가 가장 어려운 경기였습니다.” -그렇다면 첼시가 이번 시즌 챔피언이 될 거라고 보시겠군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현재까지는 첼시가 가장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거죠. 맨유가 후반에 가서 첼시에 승점에서 지금보다 근접한다면 맨유는 우승 타이틀을 낚아 챌 풍부한 우승 경험이 있죠. 마찬가지로 리버풀도 맨유에 승점에서 크게 앞서지 않는 이상 맨유의 거센 도전을 받아야 할 겁니다. 아스널은 기복이 심하기는 하지만 누구도 그들이 우승하지 못한다고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결론적으로 시즌 막바지에 맨유에 승점에서 안심할 수 있는 정도로 벌리지 못하는 한 관록의 맨유가 타이틀을 차지할 확률이 높습니다.” -마지막으로 당신의 장단기 목표는 무엇입니까?  “멀게는 잉글랜드 대표팀 매니저가 되는 거고 짧게는 헐 시티가 EPL에서 이번 시즌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성공을 거두는 겁니다.”  14년 전 블랙 풀에서 언젠가 잉글랜드 매니저가 되겠다는 야망을 품은 그를 사람들은 당시에는 비웃었다고 회고하는 필 브라운은 지금 꿈에도 그리던 EPL매니저가 되어 있다. 빅4의 매니저 자리도 노리고 있다고 털어놓은 필 브라운의 눈이 잠시 벽에 걸려 있는 펠레와 무하마드 알리가 포옹하고 있는 사진에 머물렀다. 그의 야심에 찬 꿈은 현재도 진행형임을 느끼며 인터뷰를 끝냈다. 헐시티(영국)|전홍석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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