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표밥샙쇼했네쇼!

입력 2008-11-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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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를 불러 모았던 ‘프로레슬러’ 이왕표(53)와 K-1의 ‘야수’ 밥 샙(미국·34)의 맞대결이 싱겁게 막을 내렸다. 12일 오후 7시 서울 올림픽공원 제2경기장에서 열린 故 김일 추모 프로레슬링 대회 ‘포레버 히어로(Forever Hero)’세 번째 대회에서 이왕표는 밥 샙에게 1라운드 1분 57초 만에 암바로 기권을 받아내며 TKO승을 거뒀다. 그러나 경기 전 “각본은 없다. 나의 프로레슬링 인생을 걸고 싸우겠다”고 공언해왔던 것과 달리 이왕표와 밥 샙의 대결은 마치 한편의 잘 짜여진 드라마 같은 느낌을 주어 여운을 남겼다. 등장은 화려했다. 핑거 글러브를 낀 이왕표와 밥 샙은 현란한 음악에 맞춰 요란한 입장과 관중들의 환호가 뒤섞여 마치 K-1의 메인이벤트를 보는 듯 했다. 경기 시작종이 울리자 밥 샙이 양 훅을 날리며 이왕표를 향해 돌진했고, 이왕표는 밥 샙의 펀치에 맞서 펀치를 날리며 실전을 방불케 했다. 밥 샙에게 몇 차례 펀치를 허용한 이왕표는 순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노련미로 빠져나온 뒤 주특기인 레슬링 기술을 살려 테이크 다운을 뺏어내 경기 흐름을 바꾸었다. 밥 샙도 만만치 않았다. 힘으로 밀어 붙인 밥 샙은 스탠딩으로 전환했고, 다시 몇 차례 펀치를 휘두르며 이왕표의 안면을 노렸다. 이왕표도 이에 질세라 태권도의 뒤차기로 밥 샙의 옆구리를 명중시키며 화끈한 타격전을 펼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1분 30여초가 지나면서 경기는 짜여진 각본처럼 흘렀고, 그라운드 기술로 전환된 후 이왕표가 밥 샙의 오른팔을 꺾는 암바 기술로 기권패를 이끌어내 경기를 끝냈다. 경기 후 링 위에 올라 소감을 밝힌 이왕표는 “여러분 해냈습니다”라고 외치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이왕표는 “두 차례 밥 샙의 주먹을 맞았을 때는 해머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여기서 쓰러질 수 없다는 각오로 경기에 임해 힘겨운 KO승을 이끌어 냈다”며 스스로 만족해했다. 당초 이번 대결은 이왕표와 밥 샙이 MMA(종합격투기) 룰로 실전 경기를 펼치겠다고 공언해와 격투기 팬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아왔다. 그러나 막상 경기가 치러지자 실전 보다는 짜여진 각본처럼 경기가 흘러 팬들의 궁금증만 자아내게 만들었다. 일부 팬들은 생각했던 것보다 시시하게 경기가 끝나자 ‘우’하는 야유를 내뱉으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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