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첫트레이드무산,장원삼에물었다

입력 2008-11-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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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에 가서 아버지하고 등산이나 하면서 머리를 식히고 싶어요.” 한국야구위원회(KBO) 신상우 총재의 직권으로 21일 ‘트레이드 승인 불가’ 판정이 나면서 정확히 일주일만에 ‘장원삼 현금 트레이드 파문’은 막을 내렸다. 그러나 당사자인 장원삼은 또 한번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전날 고향인 경남 창원의 집에 내려가 있던 그는 21일 오전 소식을 듣자마자 기차를 타고 경산 볼파크로 이동해 짐을 챙겼다. ○프로는 비즈니스지만… 그는 “프로는 비즈니스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하면서도 “선수 신분이라는 게 중간에 끼어서 가라면 가고, 오라면 와야 하는 처지라는 게 좀 그렇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 “다른 구단의 반발이 심해 삼성에 남는 것과 히어로즈에 복귀하는 것을 반반으로 생각하고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다. 그래도 막상 돌아가야 한다고 하니 멍하다. 지금은 아무 생각도 없다. 구단에 전화해 창원 집에 가서 마음이 정리될 때까지 쉬고 싶다고 말씀드리겠다. 아버지하고 등산이나 하면서 머리를 식히고 싶다”고 했다. ○마음을 다 잡았건만… 그는 14일 삼성과 히어로즈가 단행한 트레이드 소식을 들었다. 다음날 경산 볼파크에 들어갔다. 삼성에서는 “트레이드 승인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쉬라”고 해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일주일만에 트레이드가 무산돼 2번이나 보따리를 싸게 됐다. 그는 “처음 트레이드 전화 받았을 때 진짜 뒤통수를 맞은 듯 앞이 깜깜했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경산에 들어가서 ‘삼성이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이 좋고, 전력도 좋아 내가 오자마자 우승할 수 있다면 그것도 괜찮다’고 마음을 잡았다. 속으로 ‘열심히 해보자’고 굳게 마음먹었다”고 털어놨다. ○삼성에서의 일주일 삼성에는 히어로즈 시절 배번 13번 유니폼까지 준비돼 있었다.“삼성에 유난히 또래 친구들이 많다. 83년생 동갑만 해도 권혁, 안지만, 조동찬, 최형우 등이 있고, 위로 (오)승환이 형, (윤)성환이 형 등이 모두 환영해줬다. 일주일이나 정들었는데…. 트레이드 무산 결정이 나자 아침부터 선수들이 다들 전화를 하더라. 승환이 형은 ‘어떻게 된 거냐’고 하고, 지만이는 ‘가서 잘하라’고 하고…. 모두들 황당해 하더라. 김재하 단장님은 ‘함께 하고 싶었는데 아쉽게 됐다’고 하셨다. 휴식일이서 쉬고 계신 선동열 감독님께 전화로 인사를 대신하자 ‘아쉽다.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주셨다.” ○유명해진 이름 석자, 야구로 더 알리겠다 처음 삼성에 트레이드됐다는 소식을 접한 뒤 “안정된 구단이니까 열심히 하라”고 다독이시던 부모님. 모처럼 집에 와 아침밥을 먹고 있던 아들이 히어로즈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삼성 구단 관계자들에게 인사 잘 하고 좋은 이미지로 나와라”는 한마디만 했다고 한다. 장원삼은 “이번 일을 계기로 내 이름 석자가 갑자기 유명해졌다. 이름 석자를 책임질 수 있는 선수가 돼야겠다. 유명해졌는데 내년에 야구를 잘 못하면 우습게 되지 않느냐. 더 독해져야겠다. 히어로즈는 내가 신인 때부터 돌봐주시던 김시진 감독님도 새로 오셨고, 선수들도 그대로니 내 마음만 잡으면 된다”며 사상 최초로 트레이드 무산의 희한한 주인공이 된 현실을 이겨내겠다고 다짐했다. 제주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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