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7시에 시작한 게임은 밤 10시18분에야 끝이 났다. 사상 최초 5차 연장까지 가는 ‘역사적인 접전’, 승자는 원주 동부였다.
동부가 마침내 서울 삼성과의 천적관계를 청산했다. 동부는 21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08-2009 동부프로미 프로농구 삼성과의 원정 경기에서 프로 농구 출범 이후 역대 처음으로 5차 연장까지 가는 피말리는 승부 끝에 135-132로 승리, 올 시즌 삼성전 3연패 뒤 첫 승의 감격을 누렸다. 경기 종료 3.6초를 남기고 133-132,1점차 살얼음 리드를 하고 있던 동부는 강대협이 침착하게 자유투 2개를 모두 성공시키며 그제서야 승리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깨진 천적관계
7할을 넘나드는 높은 승률을 자랑하며 1위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는 디펜딩챔피언 원주 동부. 동부는 20일까지 23승10패를 마크했는데 10패 중 3패는 서울 삼성에게 당한 것이었다. 올 시즌 세 번 맞대결 모두 패배. 2위 울산 모비스가 대구 오리온스에 3전 전패로 고전하듯 선두 동부 역시 삼성만 만나면 그야말로 ‘고양이 앞의 쥐’로 전락했다.
19일 동부가 레지 오코사를 오리온스로 보내고, 대신 크리스 다니엘스를 데려오는 ‘깜짝 트레이드’를 성사시키자 ‘삼성과의 21일 맞대결을 다분히 의식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 것도 그래서였다. 이에 대해 전창진 감독은 “묘하게 날짜가 맞아 떨어졌을 뿐”이라며 부정했지만 아무튼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는 동부로선 삼성에 3전 전패를 했다는 사실이 유쾌할리 없을 터. 21일 삼성전에 나선 동부 선수들의 눈빛이 평소보다 날카로웠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크리스 다니엘스를 데려와 골밑을 강화했다고 해도 간판 김주성이 부상으로 빠진 탓에 동부가 아무래도 어려운 게임이 될 것이란 예상을 보기 좋게 뒤집었다. 삼성은 테렌스 레더가 5반칙으로 일찌감치 코트에서 쫒겨난 가운데 연장 들어 잇달아 공격 리바운드를 잡아내는 등 끝까지 팽팽한 접전을 치렀지만 마지막 순간 아쉽게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사상 최초 5차 연장전
연장승부는 이전까지 3차가 최다였다. 삼성-동부전을 포함해 총 4번 밖에 되지 않는다. 3차 연장이 동점으로 끝이 나자 장내 아나운서는 “KBL 최초 4차 연장”이라고 소개했고, 5차 연장에 들어가자 “여러분은 역사적인 경기를 보고 있다”며 흥분하기도 했다.
4쿼터까지 쿼터당 10분, 총 40분에 연장 한 게임당 5분씩, 순수 경기 시간만 1시간 5분이나 됐다. 진땀나는 명승부가 계속되면서 5반칙 퇴장도 속출했다. 삼성 5명, 동부 3명 등 무려 8명이 5반칙을 범해 퇴장을 당했다. 한편 서울 SK와 부산 KTF, 하위권 두 팀이 맞붙은 부산 경기에서는 SK가 74-70으로 승리, 공동 8위로 한계단 순위가 상승했다.
잠실 | 김도헌기자 dohon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