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하메드 빈 함맘(61)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 위치한 AFC 본부의 서아시아 이전, 불투명한 재정운영 및 회계처리 등으로 오래 전부터 신임을 잃은 함맘 회장은 최근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을 비롯, 정몽준 명예회장을 겨냥하는 발언으로 최악의 위기를 맞이했다.
5월 8일 예정된 AFC 총회 때 국제축구연맹(FIFA) 집행위원 임기가 끝나는 함맘 회장은 자신이 한국과 일본 등 일부 아시아 국가들의 반발로 재선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자 15일 바레인 일간 걸프 데일리 뉴스와 인터뷰에서 ‘날려버리겠다(Cut the head off)’는 발언으로 한국 축구계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이번 선거에는 샤이크 살만 바레인축구협회장이 도전장을 낸 상태. 축구협회는 17일 “외신에 입에 차마 담지 못할 언행을 한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공개 사과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고, 살만 회장도 “한국이 나를 지지하고, 재정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는 내용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아울러 축구협회는 FIFA 상벌위원회에 제소까지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장의 ‘부적절한 행위’로 AFC도 덩달아 비상이 걸렸다. 다국적 직원들이 모여있는 AFC는 로이터, AFP 등 유력 통신사에 해명 보도자료를 보내는 등 사태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AFC 관계자는 17일 스포츠동아와 전화 통화에서 “아랍어 인터뷰를 영어와 한국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 문제가 된 부분은 중동에서 흔히 농담식으로 하는 표현”이라고 말했지만 인터뷰라는 공식 석상에서 조크를 던졌다는 것 자체를 이해하기 어렵다.
실제로 함맘 회장 주변에는 그를 지지하는 세력이 거의 없다. 모국 카타르의 2018년 혹은 2022년 월드컵 유치와 자신의 정치적 입지, 신변 강화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든든한 우군이 돼야 할 중동에서조차 반응이 엇갈린다.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쿠웨이트 등 3개국은 오래 전부터 ‘반대’ 입장에 섰다. 한국, 일본, 중국 등 스폰서 및 마케팅 등 각종 이해관계가 얽힌 동아시아도 일찌감치 별도 대륙연맹(EAFF)을 만들어 분리를 추진해왔다. 아시아 축구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함맘 회장의 발언으로 애꿎은 AFC 직원들만 관계가 서먹해졌다. 화합과 통합이 아닌, 갈등과 분열을 조성한 꼴”이라고 지탄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