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브레이크]‘김시진휴먼리더십’영웅들이춤춘다

입력 2009-04-10 23:4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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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구장 히어로즈 감독실엔 액자가 많이 걸려 있다. 그 중 하나는 플로리다 브래든턴 캠프에서 코치진 전원과 찍은 기념사진이 있고, 아래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All for one & one for all.’ 김시진 리더십이 어디를 지향하는지를 압축하는 촌철살인 같다. ○김재박식 분업야구의 청출어람 김 감독은 경기 전 타순을 코치진과 상의해서 짠다. 헷갈리는 대목에서 코치들은 으레 “감독님께서 판단하시죠”라고 말한다. 그러면 김 감독은 버럭 성을 낸다. “그럴 거라면 미쳤다고 (코치를) 내 밑에 두냐?” 재작년 현대 사령탑 시절에도 김 감독은 결정적 승부처에서 수비 포메이션을 코치에게 일임했다. “감독이 시키는 대로 하다가 언제 야구가 느나? 틀려도 봐야 배우는 게 있을 거 아니냐?” 얼핏 유능한 코치에게 권한을 분할하는 팀 운용 스타일에서 LG 김재박 감독의 색깔이 비친다. 그러나 김재박 스타일과 차별화되는 ‘따뜻함’이 김시진 감독에겐 첨가돼 있다. 비단 코치뿐 아니라 선수들에게도 김시진 리더십이 요구하는 팀 운용 스타일은 간결하다. “마음껏 최선을 다해라. 책임은 감독이 진다.” ○팀원을 감화시키는 김시진의 ‘인간미’ 현대 시절부터 김시진 감독을 겪어온 히어로즈 관계자는 이런 평을 한 적이 있다. “김 감독의 약점은 너무 온정적이란 점이다.” 가령 어떤 불펜투수가 최근 연투를 거듭했다고 치자. 대개의 감독이라면 이 투수가 망가질 때까지 투입을 거듭한다. 그 선수의 장래보다 자신의 목이 먼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감독은 그러지를 못(안)한다. 재작년 현대 감독 시절 김 감독이 연패에 빠져도 선발 로테이션을 전혀 흔들지 않은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런 감독의 관용을 선수들이야말로 먼저 안다. 김 감독 취임 뒤 생겨난 히어로즈의 근성은 괜히 그렇게 된 게 아니다. 김 감독은 화가 나면 침묵하고, 격려가 필요하면 따로 불러서 해준다. 절대 여러 사람 앞에서 꾸중을 안 한다. “선수이기 이전에 인격체”란 배려가 작동하고 있어서다. ‘군림하지 않고도 통치할 수 있다.’ 김시진 리더십은 따뜻하다. 목동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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