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의 우승 주역은 ‘컴퓨터 세터’ 최태웅(33)이었다.
5세트 스코어보드에 15-13 붉은색 스코어가 찍히자 최태웅은 팔을 높이 치켜들고, 곁에 있던 안젤코를 힘껏 껴안았다.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MVP(최우수선수)가 된 그는 “동료들을 믿었기 때문에 오늘의 영광을 누릴 수 있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태웅의 이날 활약은 대단했다. 세트스코어 2-2에서 맞은 5세트. 피 말리는 동점 상황이 올 때마다 최태웅은 팀을 구해냈다.
9-9에서 센터 고희진에 속공 토스를 띄워 역전을 이끌었고, 12-11에서도 신선호에 속공을 연결, 승기를 끌어왔다.
‘최강 공격수’ 안젤코에게 공이 몰릴 것으로 예상한 현대의 수비를 피하기 위함이었다.
신 감독은 “(최)태웅이가 배짱이 좋은 선수다보니 계속 속공으로 밀고나간 것 같다”면서 “상대의 허를 찌른 영리한 속공 플레이가 승리를 가져왔다”고 기뻐했다.
최태웅은 “경기 흐름에 맡겼을 뿐, 복잡하게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고 절대 감각에 의존했음을 시사했다.
동료들에 대한 믿음도 최태웅 만의 강점. 그는 안젤코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으나 중요한 순간, 볼을 띄워 결정적인 포인트로 연결했다.
“안젤코가 최적의 몸 상태는 아니었으나 몇 차례 공격을 성공하다보면 몸이 풀릴 것으로 생각했다.”
최태웅은 시즌 내내 삼성 선수들을 괴롭혔던 ‘나이와 체력’에 대해서도 한 마디 했다. 이른 바, 긍정의 힘.
“나이는 속일 수 없다”던 그는 “체력이 떨어졌다고 ‘그 상태’에서 플레이를 할 수는 없다.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할 수 있으면 그 이상의 힘을 발휘한다”고 강조하며 “오랫동안 동료들과 같이 운동하고 싶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대전|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