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피플]‘기부천사’홍명보감독“한평생기부한없는도전즐겨요”

입력 2009-04-15 22: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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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째8억기부“과분한사랑환원”…무표정한스타일“카리스마는NO”
9월 열리는 2009국제축구연맹(FIFA) 청소년월드컵(U-20)을 앞둔 홍명보(40) 감독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월드컵 조 추첨식을 마치고 돌아온 이후 밀렸던 장학재단 일을 처리하고, 15일부터는 춘계대학연맹전이 열리는 남해를 찾아 새로운 선수 발굴에 들어갔다. 주말에 서울로 돌아와서는 22일 열리는 독일과 이탈리아의 평가전(20세 이하) 관전 차 독일로 출국하는 등 쉴 틈이 없다. 빡빡한 스케줄 속에 14일 밤 홍 감독을 만났다. 이집트를 다녀와 시차 적응이 안 돼 잠을 못 잤다는 홍 감독은 평소보다 핼쑥해 보였지만 오랜만에 쉬는 시간을 가진 덕에 얼굴색은 나쁘지 않았다. ○“미국서 선수생활이 재단 만든 계기” 홍 감독은 이날 오전과 오후 지난해 연말에 가졌던 자선축구를 통해 얻은 수익금을 소아암 어린이와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전달하는 행사를 가졌다. 2002년부터 지금까지 총 8억원을 기부한 홍 감독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 회원으로 정식 가입했다. 그는 “다른 분들에 비해 기부한 금액이 많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영광스러운 자격을 얻어 감사하게 생각할 따름이에요”라며 멋쩍은 듯 웃었다. 재단을 만들어 기부를 하기 시작한 계기를 물었다. “미국에서 선수생활을 하면서 동료들이 자선활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어요. 운동선수로서 받았던 사랑을 사회에 환원하기 위한 방법을 구상했고, 재단을 만들어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로 결정했죠. 미국에서 잠시 선수생활을 했던 게 여러모로 도움이 됐어요.” 홍 감독은 대표팀을 이끌면서도 재단 이사장의 역할에 충실하다. 대표팀 스케줄이 없으면 많은 시간을 재단 일에 투자한다. “여러 가지 면에서 과분한 사랑을 받았던 것이 사실인데 그 사랑을 돌려주고,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평생 해야지요.” ○“카리스마, 그런 것 없어요.” ‘기부천사’로 거듭난 홍 감독이지만 카리스마는 여전하다. 청소년팀을 맡으며 홍 감독은 ‘옆집 아저씨’같은 이미지로 선수들에게 다가가겠다고 했지만, 선수들은 한국축구 최고 스타의 카리스마에 눌리고 말았다. 그는 “어느 정도 예상은 했어요. 4주 훈련을 하면서 선수들이 조금은 편하게 생각하게 됐는데 여전히 어려워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홍 감독은 자신이 카리스마 넘친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카리스마 같은 건 없어요. 성격상 말이 없고 무표정해서 그런데 밖에서 이야기하는 만큼 카리스마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홍 감독은 지난 연말부터 올 초까지 많은 러브 콜을 받았지만, 모두 뿌리치고 부담스러운 청소년팀 감독을 맡았다. 홍 감독을 영입하기 위해 K리그 2-3개, J리그 1-2개 구단이 움직였지만 홍 감독은 요지부동이었다. “프로구단으로 갈 기회는 지금이 아니더라도 있을 것 같았어요. 좀 더 공부할 욕심에 이탈리아 유학을 생각하던 중 협회로부터 제안을 받았어요. 20세 이하 월드컵만 책임지라면 안 했을 텐데 2012년 올림픽까지 장기적으로 팀을 맡아달라는 요청이라서 받아들였어요.” ○ “‘사고’칠 준비하고 있다” 처음으로 감독직을 맡아 성적을 내기 쉽지 않은 세계대회에 출전한다. 훈련시간도 충분치 않아 성적을 장담하기 어려웠다. 그만큼 스트레스도 심할 듯 했으나 홍 감독은 도전을 즐기고 있다. “성적에 대한 부담은 없어요. 선수들이 매 경기 승리할 수 있도록 옆에서 잘 지도하고, 동기부여를 해주기 위해 노력할 뿐이에요. 그렇다보면 자연스럽게 성적도 좋아질 수 있다고 보고 있어요.” 그는 조심스럽게 ‘사고’를 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이집트에서 체코, 이집트와 경기를 했는데 우리와 수준차가 크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하지만 선수들이 경기장에 들어가 곧잘 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만만치 않은 상대들이 즐비하지만 잘 준비하면 큰 ‘사고’를 한번 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기분 좋은 예감도 들어요.” 최고의 선수에서 최고의 지도자로 거듭나기 위해 각종 축구 지도서를 독파하며 끊임없이 노력하는 홍 감독의 눈빛은 자신감으로 빛나고 있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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