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 떠난무대‘라이벌’이지킨다

입력 2009-05-05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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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의 한 종목에서 절대 강자가 퇴장하면 새로운 스타 발굴이 최대 고민거리다. 흥행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떠오르는 스타에게 미디어들도 ‘포스트 누구’라며 절대 강자와 곧잘 비교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그러나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은 한명이고, ‘더 그레이트’ 웨인 그레츠키는 2명이 있을 수 없다. 절대 강자 퇴장 후의 특징이 라이벌 구축이다. 요즘 플레이오프가 한창 진행중인 NHL과 NBA를 보면 잘 드러난다. 빙판에는 알렉산더 오베치킨-시드니 크로스비, 코트에서는 코비 브라이언트-르브론 제임스의 라이벌 관계가 설정되면서 팬들의 인기몰이에 나서고 있다. NHL은 웨인 그레츠키과 마리오 르뮤의 퇴장속에 한동안 스타 부재에 빠져 있었다. NBA는 ‘농구 황제’의 은퇴 후에 ‘포스트 조던’을 찾았지만 모두 역부족이었다. NHL과 NBA는 라이벌의 대결로 절대 강자의 뒤를 잇는 대안을 찾은 셈이다. ○알렉산더 오베치킨-시드니 크로스비 현재 NHL 동부 콘퍼런스에서는 워싱턴 캐피털스-피츠버그 펭귄스가 준결승전을 벌이고 있다. 콘퍼런스의 준결승 카드가 아이스하키 팬들이 바라는 대결이다. 러시아의 ‘총알 탄 사나이’ 알렉산더 오베치킨과 캐나다의 자존심 시드니 크로스비 카드다. 둘은 아이스하키 강국의 엘리트코스를 밟은 선수들이다. NHL 데뷔도 2005-2006시즌에 나란히 함께 했다. 포지션은 오베치킨이 레프트윙이고, 크로스비는 센터다. 나이는 85년생인 오베치킨이 87년생의 크로스비보다 두 살 위다. 오베치킨은 2004년 NHL 드래프트 전체 1번으로 지명받아 워싱턴 캐피털스에 입단했다. 크로스비는 이듬해 2005년 드래프트 1번이었다. 둘은 모두 NHL의 MVP인 하트 메모리얼 상을 받았다. 실력으로 모두 검증을 받았다. 두 선수는 골과 어시스트를 포함한 공격포인트가 해마다 한 시즌에 100포인트를 쉽게 넘는 뛰어난 공격수들이다. 야구로 치면 홈런 40개가 기본인 셈이다. 드래프트는 오베치킨이 1년 앞서 됐지만 MVP는 크로스비가 먼저 받았다. 2006-2007 시즌에 크로스비, 지난 시즌 오베치킨이 각각 수상했다. 현재 기량으로는 오베치킨이 다소 앞선다. 체격은 오베치킨이 188cm, 100kg, 크로스비는 180cm, 91kg이다. 슈팅이나 스케이팅에서 오베치킨이 훨씬 파워풀하다. 둘은 빙판 최고의 스타이지만 스타일은 전혀 다르다. 오베치킨이 말을 함부로 하고 조그만 일에도 참지 못하는 불같은 성격인데 비해 크로스비는 매우 겸손하다. 팬들의 인기 면에서는 크로스비가 훨씬 폭넓은 편이다. 플레이도 성격과 흡사하다는 평가를 들어 요즘에는 강력한 보디체크에 몸싸움도 불사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두 선수가 10년 정도는 정상급 기량으로 라이벌 대결을 벌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문제는 같은 동부 콘퍼런스여서 오베치킨의 워싱턴 캐피털스나, 피츠버그 펭귄스가 스탠리컵 파이널 중도에 탈락해야 된다는 점이다. 둘이 플레이오프에서 만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워싱턴이 시리즈 1승으로 앞서 있다. ○코비 브라이언트-르브론 제임스 NBA는 지난해부터 브라이언트와 제임스의 라이벌 대결에 초점을 맞췄다. 실제 둘은 NBA 현역 최고 선수라는데 이견이 없을 정도로 기량이 탁월하다. 전문가들은 브라이언트의 클러치 능력에 높은 점수를 주지만 팬들은 제임스를 더 좋아하는 편이다. 브라이언트는 지난 2003년 콜로라도 주에서 스캔들을 일으킨 적이 있다. 둘은 아직 NBA 파이널에서 만난 적이 없다. 올해가 적기다. 나란히 콘퍼런스 최고 승률을 마크하면서 홈코트 이점을 안고 있어 파이널에서 만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는 동부 콘퍼런스 1라운드에서 일찌감치 디트로이트 피스톤스를 4승으로 제압했고, 서부의 LA 레이커스는 유타 재즈를 5경기 만에 눌러 2라운드에 진출했다. 클리블랜드는 애틀랜타 호크스와 레이커스는 휴스턴 로케츠와 콘퍼런스 준결승을 각각 벌인다. 지난 시즌 MVP는 브라이언트가 차지했으나 올해는 ‘킹’ 제임스가 받을 가능성이 높다. 둘은 매직 존슨-래리 버드 이후 최고의 라이벌로 꼽히고 있다. 특히 두 팀이 콘퍼런스가 달라 결승전에서 만날 기회가 높다. 존슨과 버드는 80년대 파이널에서 3차례 만나 NBA를 최고 인기 종목으로 만드는데 앞장선 주역이다. NBA의 현재 흥행몰이는 브라이언트와 제임스가 쥐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둘은 전국구 CF에도 다수 출연하고 있다. 특히 제임스는 고교 졸업 후 나이키와 장기계약을 맺으면서 돈방석을 예고했다. 현재 제임스가 CF로 연봉 외에 연간 2200만달러 수입을 얻고 있고, 브라이언트는 1600만달러에 이른다. NHL은 NBA보다 스포츠 마케팅 규모가 작아 오베치킨과 크로스비는 CF로 큰 돈을 벌어들이지 못한다. 브라이언트와 제임스의 코트 라이벌전이 향후 몇년 동안 이어질지가 관심사다. LA | 문상열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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