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만에금의환향문성민“언젠가이탈리아서뛰고싶다”

입력 2009-05-13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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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민. [스포츠동아DB]

소속팀5연패이끈후귀국
“푹 쉬고 싶은데, 그동안 못했던 것도 해야죠.” 소속 팀을 독일 프로배구 분데스리가 5연패로 이끌고 8개월 만에 귀국한 문성민(23·VfB 프리드리히샤펜). 혹독한 적응기를 겪었기에 그 결실은 더욱 값졌다.

1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문성민은 가장 먼저 미용실을 찾았다. 사우나와 군것질도 꼭 하고 싶었던 일. “오랫동안 머리를 하지 못했고, 한 번 파마를 해보고 싶었다”고 했지만 여느 또래들처럼 멋도 부리고, 차림에 신경 쓰고 싶어 하는 나이인지라 이런 소소한 일상들을 포기할 만큼 독일 생활이 녹록치 않았음이 배어나왔다.

“자신감 하나로 독일에 갔다”는 문성민은 부침을 여러 번 겪었다. 미처 적응할 새도 없이 선발 투입돼 밸런스가 흐트러졌다. 국내 무대와는 전혀 다른 템포와 언어가 내내 발목을 잡았다. 출전 기회가 줄어든 것은 당연지사. 결장이 잦아지자 주변에선 ‘위기설’이 돌았고, 지명권을 보유한 KEPCO45 복귀설과 함께 향수병 루머까지 나왔다. “(향수병 얘기는) 언론을 통해 처음 들었다”는 문성민이 입은 마음의 상처는 컸다.

다행히 시련은 길지 않았다. 빨래부터 청소, 밥 짓는 것까지 매사 홀로 해결해야 했고, 때론 외롭기도 했지만 어차피 스스로 해결할 과제였다. 힘들면 독서를 했고, 산책으로 마음을 달랬다. ‘더 보고 싶을까봐’ 일부러 부모님도 부르지 않았다. 느린 인터넷으로 친구, 동료들과 메신저를 하는 게 유일한 낙일 정도로 철저히 자신을 단련했다. 그는 “자취 생활을 하다보니 음식 솜씨가 꽤 늘었다. 특히 라면 맛이 끝내준다”고 웃었다.

문성민은 완전히 팀에 녹아든 상태. 본인도 “공격은 유럽 선수들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할 만큼 실력이 늘었다. 구단도 먼저 1년 계약 연장을 제의했다. 그리스와 터키, 이탈리아 몇몇 팀도 영입 제의를 해왔다.

그러나 여전히 겸손하다. 그는 “당장은 적응하기 어렵겠지만 이탈리아는 배구 선수로서 언젠가 꼭 서고 싶다”고 소망을 전했다. 물론 선택의 길은 여러 가지다. KEPCO45 복귀도 고려할 수 있다. 고민이 크다. 막 적응했는데 모든 걸 뿌리치고 돌아오기도 쉽지 않다. ‘절반쯤 성공한 상태’에서 한 번 돌아오면 다시는 해외 진출이 어려울 수도 있다. 진로에 대한 물음에 “부모님, 어른들의 의견을 잘 수렴해 가장 좋은 결정을 내리겠다”는 현명한 답을 전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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