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프로야구중계최첨단기술‘S-존’무엇?

입력 2009-05-15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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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ESPN에 \'S-존\'을 제공하는 스포츠2i가 잠실구장에서 경기 전 카메라 설치를 마친 후 정확한 투구 추적을 위한 영점 조절작업(레지스트레이션)을 하고 있다.

美‘K-존’처럼첨단기술로투구추적-투구TV화면에컴퓨터그래픽전송-“시청자는신났지만…심판은괴로워”
MBC-ESPN의 야심작인 S-존 도입으로 프로야구 시청자들은 안방에서 메이저리그 ESPN에 밀리지 않는 고품격 야구시청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정작 첨단기계 앞에서 결국 사람인 심판원들은 부담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때문에 스트라이크존 축소가 발생해 타고투저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프로야구 중계가 날로 진화하고 있다. 최첨단 기술이 속속 도입되면서 팬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고 있다.

초고속 카메라 설치 등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킨 스포츠전문채널 MBC-ESPN은 올해 또다시 ‘S-존’이라 일컫는 ‘투구 추적 시스템’을 처음 선보이면서 팬들에게 큰 호응을 받고 있다.

‘S-존’은 무엇이며, 어떻게 운영되는지, 또한 현장에서의 효과와 반작용 등을 소개한다.
○‘S-존’이란?

MBC-ESPN에 'S-존'을 제공하는 스포츠2i가 잠실구장에서 경기 전 카메라 설치를 마친 후 정확한 투구 추적을 위한 영점 조절작업(레지스트레이션)을 하고 있다.

‘S-존(ZONE)’은 ‘PTS(Pitch Tracking System·투구 추적 시스템)’로 만들어지는 최첨단 서비스다.

투수의 손에서 떠난 공이 포수 미트에 꽂히는 궤적이 중계방송 화면에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되고 있다.

특히 홈플레이트 위에 실제의 스트라이크존이 나타나면서 팬들은 투구가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했는지 여부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미사일 추적 시스템에서 힌트를 얻어 미국의 ‘스포츠비전’에서 개발된 것이다. 미국에서는 현재 스포츠전문 채널인 ESPN을 비롯해 폭스스포츠 등 메이저리그 중계를 하는 방송사들이 대부분 이를 활용하고 있다.

ESPN에서는 ‘K-존’이라 칭하고 있는데, MBC-ESPN은 ‘스트라이크(S)’의 약자에 힌트를 얻어 ‘S-존’으로 부르고 있다. 현재 메이저리그 공식홈페이지(MLB.com)의 문자중계 시스템인 ‘GAME DAY’ 서비스의 모든 데이터도 이 시스템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PTS’는 국내 스포츠통계 전문 회사인 ‘스포츠2i’가 아시아 판권을 사들였고, MBC-ESPN이 올해 이를 구매해 중계방송에 활용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최초다. 한국보다 야구 선진국인 일본도 아직 이 시스템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데 일본 방송사측에서 현재 ‘스포츠2i’ 측과 협상을 하고 있다. 일본도 내년부터 도쿄돔 경기부터 우선적으로 서비스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투구 추적 시스템은 방송 외에도 활용의 폭이 매우 높다. 각 구단의 전력평가와 분석도 가능하고 선수들의 부상 방지까지 체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 메이저리그 구단에서는 이를 다각도로 활용하고 있다.

실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는 2008 시즌 초반 선발투수 클리프 리가 부진을 거듭하자 투구 추적 시스템을 통해 릴리스 포인트의 이상을 찾아내기도 했다.
○어떻게 구현되나

MBC-ESPN 방송사 운영실의 주모니터 화면. 그래픽이 실제 방송에 입혀지는 과정을 볼 수 있다.


현재 MBC-ESPN의 ‘S-존’이 실현되는 구장은 잠실과 광주구장 2곳이다. 설치 과정이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우선 MBC-ESPN이 잠실이나 광주구장에서 중계를 할 경우 스포츠2i에서 선수들이 훈련을 나오기 전에 사전 작업을 진행해야한다.

투구 추적 시스템은 3대의 카메라를 통해 구현되는데, 방송사 카메라가 아니다. 스포츠2i측에서 고정해 놓은 것으로 1루와 3루 관중석에 위치한 2대의 트래킹 카메라는 x, y, z축을 설정해 공의 릴리스 순간부터 홈플레이트 통과 시까지 70회가 넘는 초고속 촬영을 하게 된다.

외야 한가운데의 전광판 쪽에 위치한 3번째 카메라는 스트라이크존을 설정한다. 스트라이크존은 야구규칙에 나온 대로 폭은 홈플레이트 좌우폭에 맞추고, 하한선은 무릎 아랫부분,

그리고 상한선은 어깨와 벨트의 중간지점으로 정한다. 흥미로운 것은 선수의 신장이 모두 컴퓨터에 입력돼 있어 선수 개개인에 따라 ‘S-존’의 길이도 탄력적으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스포츠2i는 야간경기일 경우 선수들이 훈련하기 전인 오후 1시쯤부터 그라운드에서 카메라 설치를 마친 후 정확한 투구 추적을 위한 ‘영점 조절 작업(필드 레지스트레이션)’을 한다.

마치 비행기 활주로에 설치된 착륙 라이트와 같은 표적물들을 1루와 3루쪽 주루선상, 그리고 홈플레이트에서 마운드까지 3곳에 설치해 영점을 조절한다. 대포나 미사일 등의 좌표를 구하는 작업과 비슷하다.

○S-존의 등장에 따른 각계 반응

4월 30일 잠실 SK-두산전에서 'S-존'으로 불리는 PTS(Pitching Tracking System) 그래픽이 구현된 화면.

팬들은 또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받게 돼 시청자들의 반응은 호의적일 수밖에 없다. MBC-ESPN의 한명재 캐스터와 허구연 해설위원은 “실밥과 구속 등을 보고 구종을 설명해야했던 종전과는 달리 공의 궤적이 확실하게 그래픽으로 나오고, 떨어지는 폭까지 나오니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가 용이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S-존의 등장으로 심판들은 괴로울 수밖에 없다. MBC-ESPN의 이정천 PD는 “메이저리그도 심판마다 개인의 스트라이크존이 있다. 팬들도 단순히 S-존으로 공이 들어가야만 스트라이크로 판단하지 말고 참고 자료로 삼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종규 심판위원장은 “요즘 스트라이크존이 너무 좁아 타고투저가 심화된다는 얘기가 있어 심판들에게 스트라이크존을 조금 넓게 보라고 얘기를 했다. 기계와 사람이 같을 수는 없지 않느냐. 소신껏 판정하라고 일렀다.

그러나 심판들이 신경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심판들이 경기 후 애매했던 판정에 대해 스스로 복기하고 공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순기능도 있다고 본다. 결국 일관성 있는 판정이 중요한 것 아니냐”고 밝혔다.

S-존은 역기능도 존재한다는 시각도 있다. S-존이 설치된 잠실과 광주 경기에 나서는 심판들은 스트라이크존이 더욱 타이트해져 점수가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

한 관계자는 “경기 후반 스코어 차가 많이 벌어졌을 때 심판들이 경기운영의 묘를 살려야하는데 곧이곧대로 판정하다보면 경기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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