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제리 로이스터 감독. 스포츠동아DB
하위권에도철저한투수안배…과부하원천방지로불펜씽씽
5월17일 더블헤더 1경기까지 프로야구 8개 구단 통틀어 시즌 최다경기 출장투수 분포도를 보면 공동 순위를 포함해 LG가 넷, 한화 삼성 KIA가 둘, 히어로즈와 두산이 한 명씩 있다. 1위 SK와 달리, 롯데는 하위권인데도 불펜 과부하 현상이 드러나지 않는다. 좌완 셋업맨 강영식의 17경기가 최다인데 딱 17이닝을 던졌다. 우완 이정민, 이정훈이 15경기 등판인데 20이닝 이하로 끊었다. 갈길 바쁜 팀 성적을 감안하면 안배가 절묘하게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마무리 애킨스도 13경기 12.1이닝‘만’ 던지고 있다.
이럴 수 있었던 근본 요인에는 단기 성과보다 시스템을 중시하는 로이스터의 운용 철학이 결정적이다. 불펜 에이스로 떠오른 이정민은 “투구수 관계없이 2이닝을 던지면 다음 날은 무조건 쉰다. 또 이틀 연투를 해도 휴식이 보장된다”고 들려줬다. 메이저리그에서 흔히 발견되는 불펜 운용법이다. 또 불펜 보직이 선명히 구분돼 벤치의 명령에 앞서 투수가 먼저 등판을 예감하고 준비할 수 있는 여건이다.
불펜 과부하를 원천 방지하는 로이스터의 ‘방법론’은 선발투수 활용에 있다. 일단 선발 낙점되면 아주 큰 과오가 없는 한 투구수 100개 안팎까지 놔두고 본다. 이 탓에 교체 타이밍이 늦다는 지적도 받지만 롯데 불펜진은 ‘원기’를 유지하고 있다. 무형적 정신력보다 시스템을 믿는 로이스터식 합리주의의 산물이다.
사직|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