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환의춘하추동]선수약물복용‘용서못할일’             

입력 2009-05-21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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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많은 선수들과 생활하다 보면 재능 있는 선수가 갑자기 부진의 늪에 빠져 애를 먹는 사례를 많이 본다. 갓 입단한 신인선수라면 의욕이 앞서 페이스 조절을 못한 것이라 여겨지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어 이면을 조심스럽게 들여다 볼 때가 있다.

이유 있는 슬럼프 중 하나는 군입대 적령기가 돼 선수생활의 미래가 불투명할 때다. 선수 본인은 말할 것도 없고 팀도 함께 고민에 빠진다. 그나마 요즘에는 상무팀과 경찰청팀이 상당수 선수들을 수용하면서 계속 선수생활을 할 수 있게 돼 다행이지만 1990년대에는 프로야구선수들에게 그런 혜택이 전혀 없어 팀이나 선수 모두 힘들어했다.

1994년 우승을 한 LG 트윈스는 이듬해부터 군입대 예정선수가 줄을 이어 팀을 매우 어렵게 만들었다. 당시 병역문제로 선수생활에 치명적인 영향을 받은 선수가 서용빈, 송구홍 등이다. 그 밖에 많은 젊은 선수들이 공통된 고민에 빠져 제대로 기량을 발휘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감독이나 코치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이성문제, 가정문제…. 게다가 도박에 빠져 있다면 거의 수면 아래 가려져 있어 파악하기조차 쉽지 않아 더욱 심각하다.

청년기의 선수들이라 여성관계의 문제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가정사 역시 있게 마련이지만 도박문제는 팀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선후배 사이가 금전관계로 인해 신뢰가 무너지고, 또 도박에 손을 끊지 못해 주위에 피해를 입히는 사례도 있어 자칫 팀 전체가 망가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프로야구 선수 일부가 인터넷 도박에 연루된 사건이 터져 시끄러웠던 적이 있다. 비록 백배 회개하고 징계를 받아 끝난 일이지만 최근 인터넷 도박 사기보도를 접하면서 언제 어디서라도 또다시 문제가 될 수 있는 일이기에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웃 대만야구가 퇴보하는 것도 도박과 무관하지 않고, 메이저리그에서 전인미답의 4000안타(4256안타) 기록 보유자인 피트 로즈 선수를 아직까지 명예의 전당에 헌액하지 않고 있는 것도 도박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금지약물 복용 문제가 화두가 되고 있다. 외국인선수 수입 후 그들의 영향을 받은 듯 일부 국내선수들이 호기심에 의해 경험한 모양이다. 현장을 지켜봐 온 필자의 눈에는 외국처럼 상습적이거나 정도가 심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약물에 의존하는 것은 선수생명을 단축하거나 건강에 미치는 후유증이 커 애시당초 가까이 해서는 안 될 금지사항이다. 공자 말씀에도 “용서할 일과 용서 못할 일이 있다”고 했다. 이제 우리 프로야구도 엄격한 규정을 만들고 철저한 관리를 통해 해서는 안 될 일과 용서할 수 없는 것이 있음을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야구인
프로야구의 기본철학은 마라톤과 같다. 하루에도 죽었다 살았다를 수없이 외치며 산넘고 물건너 구비구비 돌아가는 인생의 축소판에서 팬들과 함께 달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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