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다운]하늘이강요한결투?…삼성-SK“안하면안될까”

입력 2009-05-22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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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연패 중이었다. SK를 잡을 구석이 없어 보였다. 공이 살려준 그로기 상태의 복서처럼 비 덕분에 넘어가고 싶었다. SK는 최대한 빨리 홈으로 귀환하고 싶었다. SK의 표적은 삼성이 아닌 두산이었다. 문학으로 돌아가 야간 훈련을 치른 뒤 22일 두산전을 대비할 복안이었다.

결국 아무도 게임을 하고 싶지 않았던 셈이다. 그러나 ‘명분’이 없었다. 30분 차이로 일이 어긋났다. 3시까지 쏟아지던 장대비가 하늘이 맑게 개더니 돌연 멎었다. 배수시설이 빼어난 인조잔디인 대구구장은 바로 복구됐다.

KTX 3시 5분 출발 티켓을 끊어놓은 SK 선수단은 사복 차림으로 호텔에 대기하다 경기강행이 알려지자 동대구역이 아닌 야구장으로 향하게 됐다. 버스 안에서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덕분에 평소보다 일찍 구장에 도착했다.

가벼운 허벅지 통증을 앓고 있는 이호준은 아예 KTX를 타고 가버렸다. 치료차 간 것이지만 날씨가 오락가락하지 않았다면 일단 선수단과 같이 움직일 터였다.

대구 날씨 탓에 가장 허탈해진 사람은 다름 아닌 SK 김성근 감독. 김 감독은 21일 삼성전을 당연 취소로 여기고 새로운 투수 매치업과 훈련 스케줄을 짜다가 경기가 예정대로 진행되는 바람에 헛수고만 쏟은 셈이 됐다. SK가 가뜩이나 경계하는 두산은 잠실 롯데전이 우천 순연됐으니 김 감독 속은 더 쓰리게 됐다.

대구|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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