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다운]승부사김성근을흔든조웅천의편지

입력 2009-05-27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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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조웅천

SK 베테랑 셋업 요원 조웅천(38·사진)은 팔꿈치 재활에 한창이던 17일 문학구장을 찾았다. 마침 SK는 KIA와 더블헤더를 치르는 일정이었다. 그러나 조웅천은 인사를 드리러 김성근 감독을 찾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얼굴을 뵐 면목이 없어서”였다.

그 대신 조웅천은 김 감독 운전기사를 찾아가 양주 한 병을 전했다. 상자 안엔 편지 한 통도 들어 있었다. ‘감독님이 고생하시는데 도와드리지 못해서 죄송하다’는 요지의 글이었다.

이 비밀은 26일 김 감독의 ‘공개’로 알려졌다. 무뚝뚝한 김 감독답게 지나가는 말처럼 “조웅천은 왜 편지는 보내는지 몰라. 빨리 와주는 게 제일 도와주는 건데” 딱 한 마디뿐이었지만 이심전심의 배려가 담겨 있었다.

조웅천은 스포츠동아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방에 계신 아버님과 감독님 나이가 같다. 그래선지 다른 사람들은 감독님을 어려워하지만 나에겐 아버지 같다. 감독님 부임 이래 나름대로 배운 것이 많아 작지만 보답을 드리고 싶었다”라고 쑥스러운 듯 밝혔다.

물론 복귀가 최대의 보은이란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조웅천은 27일 구리 LG 2군전부터 실전 가동을 시작한다. 20구 안팎을 던진 뒤 이틀 간격으로 등판을 계속할 예정이다. 이어 연투까지 해보고 구위 회복이 확인되면 1군에 승격될 전망이다. 김 감독은 선수를 맡으면 야구만이 아니라 인성부터 가르치는 지도자다. 그런 점에서 ‘성실맨’ 조웅천이야말로 김성근 리더십의 ‘모범생’이다.

문학|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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