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FA발목잡는현대의억지주장

입력 2009-06-12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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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남자 프로배구 현안으로 떠오른 자유계약선수(FA) 제도 시행과 관련 해 현대캐피탈의 발목잡기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6개 구단 사무국장은 9일 실무위원회를 열어 난상토론 끝에 ‘2009-2010시즌이 끝난 뒤 입단 연도에 관계없이 6시즌을 뛰면 FA 자격을 준다’는 합의점을 찾았다. 그런데 문제는 현대캐피탈. 현대 측은 “그렇게 되면 2-3년 후 우리 선수들만 대거 시장에 나와 구단 운영에 문제가 생긴다”고 난색을 표한 뒤 “드래프트로 입단한 선수만 FA 대상에 포함시키고 프로 이전에 입단한 자유계약선수는 이적료를 받겠다”고 주장했다.

나머지 구단이 보상기준을 마련하자는 양보안을 내놨지만, “보상기준은 없다. 이적료에 대한 협상권은 전적으로 원 소속 구단이 갖겠다”고 태도를 굽히지 않았다. 현대 선수를 데려가려면 구단이 원하는 만큼 돈을 내놓으라는 말이다. “FA가 드래프트를 통해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당한 선수들의 권익을 어느 정도 보장해주자는 취지이니 스스로 팀을 선택해 들어온 선수들은 그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 맞다”는 게 현대 측의 논리이다.

여기서 프로축구의 비슷한 사례를 참고해보자. K리그는 2005년부터 계약금 제도를 없애면서 이전에 계약금을 받고 들어온 선수들은 추후 FA로 공시가 돼도 비싼 값을 주고 선수를 데려온 구단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원 소속 구단이 이적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금액에 대해서는 ‘이적료 계수’를 책정, 기준을 삼는 방식으로 구단 간 분쟁의 소지를 해결했다. 그런데 현대는 ‘돈은 받겠다’고 하면서 ‘보상규정은 논의조차 하지 않겠다’고 한다. “현대가 FA제를 실시하려는 의지가 아예 없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는 배경이다.

각자 이해관계가 다른 상황에서 자신만 양보를 안 하겠다고 버티면 협상에 진전이 없다. 더구나 현대는 박철우를 붙잡아 두기 위해 “프로 이전에 고교졸업 후 입단한 선수는 대학 재학기간(4년)을 더 추가해 11시즌을 뛰어야 FA가 된다”는 해괴한 주장으로 호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12일 다시 열리는 실무위에서 현대가 보다 합리적인 태도를 보였으면 한다.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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