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윤구. [스포츠동아DB]
갑작스럽게 상대팀 코치이자 왕년의 대스타가 자신에게 다가오자 강윤구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꾸벅 인사를 했다. 순간 이 코치는 “이야, 강윤구 맞지? 어제 진짜 잘 던졌다. 그 정도면 1승 보다 훨씬 값어치가 있는 경기였다”고 칭찬했다.
강윤구는 전날 SK 김광현(21)과 선발 맞대결을 펼쳐 4.2이닝 동안 삼진 5개 1실점으로 호투했다. 5회 갑자기 연거푸 볼넷을 내줘 승리투수 요건에서 아웃카운트 단 한 개를 남겨놓고 강판돼 프로데뷔 첫 승을 놓쳤다. 마침 감독실에서 이 코치의 목소리를 들은 김시진(51) 감독은 덕아웃으로 나와 한양대와 삼성 시절 배터리로 호흡을 맞췄던 30년 지기를 반갑게 맞았다. 인사를 나눈 이 코치는 다시 강윤구의 머리를 쓰다듬다 김 감독에게 “진짜 열아홉 살 맞아? 에이∼ 열아홉이 어떻게 이렇게 잘 던져? 아니지?”라며 농담을 건넸다. 김시진 감독은 잠시 웃음을 짓다 딱 한마디 했다. “그럼 김광현은? 그 정도 실력이면 벌써 서른 살도 넘었겠다.” 친구의 재치 있는 응수에 이만수 코치는 한참을 웃다, 다시 강윤구에게 “야 너희 감독이랑 나랑 배터리였어. 우리나라 최고의 투수였지. 잘 배워라. 얼마나 기회가 좋으냐?”라며 한참 동안 김시진 감독을 칭찬하다 SK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목동|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