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애우승뒤엔‘기다림’

입력 2009-06-29 16: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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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애 [스포츠동아 DB]

○기다림의 승리

신지애의 경기를 지켜보면 얻을 게 많다.

짜릿함은 덜하지만 주말골퍼로써 배워둬야 할 부분이 많다.

29일(한국시간) LPGA 투어 웨그먼스LPGA에서 시즌 두 번째 우승을 낚은 신지애의 승리 뒤에는 기다림이 있었다.

첫 날부터 선두에 나선 신지애는 2라운드부터 모건 프레셀의 거센 추격을 받았다. 2라운드가 끝났을 때 1타차까지 쫓겼다. 팬들의 응원도 일방적이었다. 당연히 미국 출신의 프레셀 팬이 많았다.

3라운드에서도 위기는 계속됐다.

1번홀을 버디로 출발했지만 6~9번홀까지 연속으로 그린을 놓치면서 버디 기회를 잡지 못했다. 1타를 줄인 프레셀에게 공동 선두까지 허용했다.

보통의 선수라면 스스로 무너질 위기였다. 그러던 중 신지애에게 흐름을 바꿔놓는 결정적인 기회가 찾아왔다. 10번홀(파4)에서도 파 온에 실패했다. 보기 위기로 몰릴 상황이었지만 칩인 버디가 터지면서 상승분위기로 반전에 성공했다. 이후 4개의 버디를 추가한 신지애는 3라운드 끝났을 때 4타차 선두로 나서며 여유로운 최종 라운드를 맞이하게 됐다.

최종일 경기는 일방적이었다. 추격전을 펼친 프레셀과 스테이시 루이시가 알아서 무너지면서 편안한 경기를 펼쳤다.

오후부터 내린 비 때문에 컨디션 조절이 쉽지 않았지만, 워낙 타수차가 많이 났기에 침착한 플레이를 펼칠 수 있었다. 신지애는 “비가 내려 나에게는 더 잘 된 일이 됐다. 나도 힘들게 플레이했지만 다른 선수들이 추격하지 못한 원인이 됐다”며 변덕스러웠던 날씨를 고마워했다.

반면, 프레셀은 추격 욕심에 승부수를 띄우다 스스로 무너지는 꼴이 됐다. 프레셀은 4라운드 후반에만 44타를 쳤다. 주말골퍼 스코어다. 순위도 15위까지 떨어졌다. 루이시도 40타를 치며 공동 4위로 미끄러졌다.

신지애의 부친 신재섭 씨는 이번 대회를 보면서 ‘골프는 흐름의 경기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팬카페를 통해 밝혔다.

“침체된 상황에서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선수가 우승할 수 있다. 능력이란 테크닉이나 기교가 아니다. 침체된 분위기 속에서, 샷이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묵묵히 때를 기다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레셀의 추격이 거센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천천히 때를 기다렸던 게 우승의 원동력이 됐다는 분석이다.

주말골퍼들의 타수가 쉽게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욕심 때문이다. 파5홀에서 버디 욕심에 거리를 과신하다 망신을 자초한다. 무리하게 2온을 노리다 벙커나, 해저드에 빠져 최악의 결과로 홀을 떠나는 경우가 많다.

골프는 18홀을 모두 마쳐야 끝나는 게임이다.

1~2홀에서 무너졌다고 해서 경기가 끝나지 않는다. 그래서 박세리는 10년 전에 이미 “장갑을 벗기 전까지 골프는 끝난 것이 아니다”고 했다. 요기 베라의 야구 명언 “It Ain’t Over Til It’s Over”도 같은 말이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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