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3사취재전쟁“축구꿇어!”

입력 2009-06-30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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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씨름 선수들의 경기를 보며 열광하고 있는 관중들. 여자천하장사 씨름대회가 열린 구례군 실내체육관에는 3일간 5000여명의 관중이 몰려 대성황을 이뤘다. 스포츠동아 DB

여자씨름 선수들의 경기를 보며 열광하고 있는 관중들. 여자천하장사 씨름대회가 열린 구례군 실내체육관에는 3일간 5000여명의 관중이 몰려 대성황을 이뤘다. 스포츠동아 DB

○… 국내 최초의 단독 전국여자씨름대회로 열린 이번 대회에 대한 언론들의 취재 열기는 더 없이 뜨거웠다. 일간지뿐만 아니라 MBC, KBS, SBS 지상파 3사의 취재 카메라가 한꺼번에 출동해 취재경쟁을 펼쳤다. 특히 사흘 간 대회를 생중계한 MBC ESPN 측은 시청률이 축구경기를 능가할 정도로 높았다며 오히려 놀라워했다는 후문. 3일 간 대회와 선수들을 밀착 취재한 KBS는 ‘다큐3일’ 프로그램을 7월 4일 방영한다.

○… 왜 여자씨름이 인기가 있을까? 전문가들에게 질문한 결과 △스피디한 경기운영(샅바싸움, 신경전이 거의 없다) △아기자기한 기술 △선수들의 표정이 살아 있음 △따뜻한 매너 등을 꼽았다. 실제로 선수들은 경기 전 웃으며 악수를 나누는가 하면, 쓰러진 상대 선수를 일으켜 주고, 승자가 패자를 위로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어린 자녀들이 관람석에서 “우리 엄마 이겨라!”를 외치는 장면은 남자씨름대회에서는 결코 볼 수 없을 것이다. 우승한 선수가 모래판을 박차고 뛰어나가 감독에게 덥썩 안기는 모습은 2002 월드컵에서 히딩크를 향해 돌진하던 박지성을 연상하게 했다.

○… 이번 대회 기간 중에는 푸짐한 경품이 관객들을 즐겁게 했다. 자전거, 세탁기, 냉장고, 가스렌지, 농산물 등의 경품들을 대부분 구례군의 기업, 자영업체들이 십시일반으로 준비했다는 점도 이채.

○… 전국씨름연합회는 이번 대회에서 씨름 홍보영상과 노래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5천년의 민족혼이 깨어난다’는 내용의 영상물은 아리랑TV를 통해 전 세계 150여 개국에 방영된다. 특히 ‘천하장사 그 날이 오길’이란 제목의 씨름송은 선수들이 등장할 때마다 장내에 울려 퍼져 관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일부 팬들은 진행석을 찾아 와 씨름송의 CD 구입을 문의할 정도.

○… 대회 기간 내내 화제가 된 팀은 충북씨름연합회팀이었다. 26일 매화급과 대나무급에서 심인숙, 임혜미를 우승시킨 충북팀은 28일 통합장사대회에도 임혜미를 결승에 진출시키며 파란을 일으켰다. 지난 5월 포항대회에서도 두 체급에서 우승자를 배출했다. 그러나 충북팀은 최근 연합회장이 사임하는 등 내부적인 분열로 아픔을 겪고 있다. 선수단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40일 작전’에 돌입했다. 충북씨름연합회 권덕종 사무국장은 “구례대회를 통해 선수들끼리 똘똘 뭉쳐 어려움을 돌파해보자고 서로 다짐했다. 임혜미 등 일부 선수들은 합숙훈련도 불사했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충북씨름계가 서로 도와가며 화합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 사흘간 축제의 장을 지킨 관중들은 여자씨름의 묘미를 만끽하며 흥겨워했다. 초등학생 여아 조카 4명을 데리고 온 30대 남성(구례 거주)은 “여자씨름은 처음 보는 데 상당히 재미있다. 조카들도 좋아한다”며 밝은 얼굴을 했다. 구례 주민인 전옥희(73) 할머니는 “씨름을 보기 위해 동네 할머니 5명이 같이 왔다. 애기들이 하는 걸 보니 재미있다”고 했다.

○… 전국씨름연합회 최성열 수석부회장은 “씨름대회에 여자선수들이 출전하면 관중석이 꽉 찬다. 여자씨름대회와 함께 연합회가 올해 적극 추진하고 있는 길거리씨름 역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대중 속으로 파고들어가면서 씨름부활의 희망을 보았다. 매우 긍정적이고, 마음이 설렌다”면서 “이 기세를 모아 내년에는 프로씨름을 구체화시킬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28일, 국민생활체육 전국씨름연합회(회장 최영만)는 구례대회 유치와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애쓴 서기동 구례군수, 박민순 구례군의회의장과 윤형영 구례군씨름연합회장에 대해 감사패를 전달했다.

구례 |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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