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의포스트게임]고교선수ML행‘무모한도전’

입력 2009-06-30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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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은 아름답다. 국내 프로야구 팀의 잔류요청을 뿌리치고 두번째 미국행에 나선 38세의 투수 최향남이 크게 주목받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무모한 도전은 시간낭비이며 개인에게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올해도 5명의 고등학교 선수들이 미국 메이저리그 팀에 무더기로 스카우트됐다. 그들도, 부모들도 세계 최고들이 모여서 경연하는 메이저리그 진출의 꿈에 도전장을 던진 셈이다. 그렇지만 94년 박찬호(LA 다저스) 이후 미국행에 오른 선수들을 보게 되면 성공의 확률은 5%%도 안된다. 물론 도전이라는 것은 0%%에도 할 수 있다. 또 젊기 때문에 시도할 법도 하다.

그러나 이제는 냉정하게 현실을 파악할 때가 됐다. 한국 고교선수들이 미국에 진출해서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일본처럼 검증된 프로출신들이 미국행을 두드리는 게 방법이다.

그동안 수십명의 미국행을 시도한 선수 가운데 개인적으로 성공 케이스를 꼽으라면 박찬호, 김병현, 추신수 3명이다. 그외의 선수들은 메이저리그 무대를 한번 거친 정도에 불과하다.

고교선수들의 미국행은 무모하기 짝이 없다. 첫째, 계약금(사이닝보너스)이 결코 많은 게 아니다. 계약금도 분할해서 받을 경우 푼돈이다. 미국은 세금이 엄청나다. 발표되는 계약금 가운데 선수가 정작 몇푼을 받았는지 가족과 본인 외에는 아무도 모른다. 나중에 세금환불을 떼먹는 에이전트도 봤다. 정작 선수는 세금환불이 나오는지조차 모른다.

둘째, 미국서 생고생하려면 고국에서 하는 게 낫다. 미국은 여행할 때가 즐겁지 막상 살려면 고생길이다. 19세의 나이에 언어도 통하지 않고 돈도 없이 빅리그 진출을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 스카우트들이 감언이설로 사인을 하고나면 그 때부터는 홀로다. 언어의 장벽은 예상보다 너무 높다.

미국에서 몇년씩 산다고 언어가 저절로 해결될 것으로 생각하면 착각이다.

셋째, 고교선수들이 미국으로 진출한 뒤 기량이 오히려 퇴보한다. 그동안의 예를 비춰봤을 때 고교선수들은 5년 이상 마이너리그에 머문다. 너무 오랜 시간이다. 지난 3월 WBC 대회가 열릴 때 일화 두가지. 대표팀의 김인식 감독은 류제국을 예로 들면서 “미국에 진출해 기량이 훨씬 떨어졌다”고 했다. 그 이유는 미국식의 훈련량 부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4강전을 위해 샌디에이고에 도착했을 때 ESPN의 오렐 허샤이저와 스티브 필립스 해설자는 봉중근에게 “미국에 있을 때보다 많이 좋아졌다”고 칭찬했다. 그러자 봉중근은 “미국에서는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한국서는 하루에 8시간씩 훈련한다. 그 훈련 덕에 구위와 제구력이 좋아졌다”고 답했다.

두 해설자는 WBC 대회 때 봉중근의 말을 빌려 이를 소개했다.

고교선수들은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이다. 국내 프로야구는 선수층이 얇아 코치가 따라붙어 어떻게 해서든지 단점을 고치고, 장점을 살리려고 노력한다. 미국은 이 정도의 선수들이 지천에 깔려 있다. 스스로 올라가야 된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데 누구에게 뭘 물어볼 것인가. 기량은 오히려 뒷걸음질 친다.

청운의 꿈은 국내 무대에서도 가능하다. 미국은 천국이 아니며 검증된 선수만 우대받는 곳이다.

스포츠동아 미국통신원

미국의 주말은 스포츠의 날이다.자정을 넘어서도 학원에 다녀야 하는 한국의 교육풍토.운동선수는 운동기계밖에 될 수 없는 학원스포츠.언제쯤 진정한 지덕체 교육이 뿌리를 내릴 수 있을지 한숨만 나온다.스포츠를 보면 미국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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