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은벌이아닌구제가목적

입력 2009-07-05 15: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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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골퍼 P 씨, 지난 주말 A골프장에 갔다가 기분이 상했다.

파3 홀에서 티 샷한 볼이 홀 2m도 안 되는 지점에 떨어져 버디 기회를 잡았다. 그런데 뒤

이어 동반자가 친 볼이 P 씨의 볼을 맞히면서 뒤로 굴러갔다. 더 멀어진 것이다. P 씨는 자신의 볼을 원래의 위치로 되돌려 놓고 쳐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동반자들은 마크를 해 두지 않았기 때문에 움직인 장소에서 플레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P 씨는 동반자들의 주장에 따라 볼이 움직여 홀 컵과 더 멀어진 장소에서 플레이 했다. 기분이 상한 P 씨는 보기를 하고 말았다.
골프 룰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면 쉽게 넘어갈 상황이었지만 동반자 모두 룰에 대한 지식이 없어 벌어진 일이다.

골프 룰에 따르면 P 씨는 원래의 위치로 볼을 이동시켜 놓고 플레이할 수 있다. 동반자가 뒤 이어 친 볼은 멈춘 지점에서 그대로 플레이하면 된다.
아마추어 골프 세계에는 별도의 심판이 없다. 골퍼 자신과 동반자들이 심판이다. 그렇다보니 간혹 룰 때문에 옥신각신하는 일이 발생한다. 워터해저드에 빠진 볼을 두고 어느 지점에서 플레이할 것인지, 카트 도로 위에 떨어진 볼은 어떻게 구제받는지 등을 두고 각자 자기주장을 편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골프를 시작할 때 스윙부터 배운다. 3개월 정도 지나면 필드에 나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아마추어 골퍼들이 볼을 칠 줄만 알고 플레이 방법에 대해 잘 모르는 이유가 여기 있다.

누구도 룰에 대해서는 가르쳐 주지 않는다. 본인 스스로 배우지 않으면 주워들으면서 배우는 데 몇 년의 시간이 걸린다.

플레이 중 자주 발생하는 상황에 대한 룰을 미리 알아두면 진행도 빨라지고 동반자들과 입씨름을 펼치지 않아도 된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골프 룰의 대부분은 벌이 목적이 아닌, 구제를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잘만 이용하면 몇 타는 줄일 수 있다.

대한골프협회 우승섭 경기위원장은 “골프 룰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는 구제다. 코스 자체의 잘못에 의한 상황에서는 대부분 무벌타 드롭을 할 수 있다. 페어웨이 내의 배수구, 스프링클러, 지주목, 카트 도로에 떨어진 볼 등은 플레이어의 잘못이 아니기 때문에 무벌타 드롭을 할 수 있다. 플레이어의 기술이 부족해 벌어진 실수에 대해선 1벌타가 부과된다. OB를 내거나, 워터해저드에 빠졌을 경우엔 1벌타를 받는다. 그러나 비양심적인 플레이를 했을 경우엔 2벌타가 부과된다. 동반자의 퍼트 라인을 밟거나, 지정된 장소를 벗어나 플레이할 경우, 클럽을 규정보다 많이 들고 나온 경우 등이다. 이런 실수가 반복되면 실격으로 이어 진다”고 설명했다.

프로골퍼들도 룰 때문에 실수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2007년 10월 충남 천안 우정힐스골프장에서 열린 한국오픈 2라운드 경기도중 A 선수는 벙커에서 마크한 볼을 집어 들었다가 볼을 호주머니 안에 집어넣는 실수를 저질렀다. 골프규칙 21조에서는 그린이 아닌 곳에서 집어올린 볼을 닦을 수 없다. 볼을 닦으면 1벌타다. A는 벙커에서 집어 든 볼을 호주머니 속에 넣었다가 다시 꺼내 플레이했다. 이 경우 볼에 묻어있던 모래 등이 닦일 수 있기 때문에 엄연한 룰 위반이다.

그러나 경기위원회는 A가 볼을 닦으려는 의도가 없었다는 점에서 실수는 인정했지만 벌타를 부과하지 않았다.

골프 룰은 복잡하다. 그러나 알고 나면 손해보다 이득이 많은 게 룰이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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