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국의사커에세이]이영표사우디행중동축구·타종교경험위한것

입력 2009-07-17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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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표. 스포츠동아DB

이영표(사진)의 사우디리그 전격 이적이 3년 전 이탈리아 AS 로마행 거부 이후 또 다른 이슈로 축구팬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는 모양이다. 언론에서도 사우디는 세금 없는 곳이니 실익을 챙겼느니, 도르트문트의 주전경쟁이 버거워 좀 더 안정적인 경기출장이 보장되는 선택을 했느니, 나름대로 분석을 하면서도 ‘의외의 선택’이라는 반응이 적지 않은 모양이다.

이적을 추진한 에이전트로서도 걱정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그 선택이 최선이었다는 점에선 후회가 없다. 3년 전엔 한여름 꼭두새벽에 벌어진 이적거부 파동으로 로마에 있던 필자는 거의 초죽음이었지만 이번엔 달랐다. 선수도 에이전트도 일치된 선택을 했고, 그 선택의 결과가 어떤 것이든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다.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이번 사우디행의 배경에 ‘돈’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연봉이 적다고 할 수는 없지만 독일 도르트문트 시절보다 오히려 줄었다. 에이전트로서도 돈을 생각했다면 선수가 독일에 그대로 있는 게 훨씬 이득이었다. 도르트문트에 남았다면 주전경쟁이 만만찮은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이 역시 본질적인 부분은 아니다. 지금까지 이영표는 주전경쟁을 두려워해본 적이 없다. 못 뛰면 못 뛰는 대로 상황을 받아들여 왔다. 그럼, 진짜 이유는 도대체 뭐란 말인가.

이영표가 AS로마행을 거부한 이유는 로마가 가톨릭의 성지였기 때문이 전혀 아니다. 그건 아마도 사인 직전 이적거부라는 미증유의 사건 이후 필자의 코멘트를 외신들이 왜곡 전달한 측면이 크다고 본다. 마찬가지로 사우디를 선택한 것 역시 그쪽이 이슬람 국가이기 때문이 아니다. 가톨릭 국가는 안 되고 이슬람 국가는 된다는 논리가 어떻게 가능한가. 다만, 로마행을 거부한 이유와 사우디행을 결행한 동기는 다르다는 것만은 말할 수 있다.

AS 로마를 거부한 것은 종교와는 전혀 무관한 선택이다. 이영표도 나름대로 그 이유를 책에서 밝혔지만, ‘인간적인’ 시각에서 보면 그것은 마음의 준비가 덜 돼 있었다는 심플한 이유로 풀이할 수 있다. 그것을 어떤 식으로 해석하고, 표현했는가는 별개의 문제다.

이번 사우디행의 배경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은 선수로서 중동축구를 경험하고픈 호기심과 함께 독실한 크리스천으로서 신앙의 ‘외연’을 확대하고픈 욕망이 있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유럽축구를 섭렵한 입장에서 축구의 세계를 좀 더 폭넓게 경험하고자 하는 바람과 더불어, 아랍인들과 함께 부비고 살면서 타 종교, 그리고 그들의 삶도 한번쯤 경험하고 이해하고픈 소망이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종교문제는 대단히 민감한 사안이지만 그의 선택을 그다지 복잡하게 해석하거나 바라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만, 우리로선 쉽지 않은 선택을 한 선수가 나름의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팬들이 용기를 북돋워주었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14일 알 힐랄의 전지훈련지 오스트리아로 가는 기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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