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성흔. 스포츠동아DB
25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올스타전 2회초. 선두타자 홍성흔 타석 때 갑자기 긴 금발머리를 치렁치렁 늘어뜨린 선수가 걸어 나왔다. 체격과 유니폼을 봐서는 분명 홍성흔. 하지만 긴 금발이라니…. 헬멧에 눌린 가발 사이로 홍성흔의 장난기 어린 얼굴이 드러나자 장내는 폭소의 도가니에 휩싸였다.
이쯤에서 안타라도 하나 쳤다면 좋았을 터. 하지만 결과는 평범한 중견수 플라이였다. 쓸쓸히 퇴장하는 듯 하던 홍성흔은 덕아웃 앞에서 갑자기 가발을 벗어 땅바닥에 힘껏 내동댕이치는 분노(?)의 퍼포먼스로 또 한번 좌중을 웃겼다. 물론 그의 위트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다음 타석에서 히어로즈 마스코트 턱돌이가 달려와 가면을 벗어주자 곧바로 받아쓴 채 코믹 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미스터 올스타’도, ‘우수 타자’도 아니었던 홍성흔이 그 어느 선수보다 빛났던 이유다.
광주|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