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브레이크]“범현-경문선수시절방망이는꽝!”

입력 2009-08-28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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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김성근 감독. [스포츠동아 DB]

SK 김성근(67·사진) 감독은 현역 최고령에 재일교포 출신 사령탑답게 국내외로 폭넓은 인맥을 자랑한다. 27일 문학 두산전을 앞두고도 제8회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대만-일본전이 열린 목동구장을 다녀왔다.

때맞춰 한국에 온 일본 스카우트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일본이 베스트 전력은 아니더라”며 모처럼 청소년야구를 화제 삼아 페넌트레이스 막판의 치열한 순위싸움에 따른 중압감에서 잠시 벗어났던 김 감독. 그러나 잠시 후 그는 선두 KIA, 라이벌 두산과 숨가쁘게 펼치고 있는 선두경쟁으로 말문을 돌렸다. 공교롭게도 KIA 조범현(49) 감독과 두산 김경문(51) 감독은 모두 그의 제자들. 1984년부터 1988년까지 세 사람은 OB에서 한솥밥을 먹었고 당시 사령탑도 김성근 감독이었다. 김 감독은 특유의 나직하고 어눌한 말투로 그 시절을 회고했다. 그리고 자연스레 두 제자를 비교하게 됐다.

○투수 리드도, 성격도 상반됐던 두 포수

김성근 감독은 “(김)경문이는 직구, (조)범현이는 변화구 위주로 볼 배합을 했다. 그러다보니 경문이는 박철순과 친했고, 범현이는 계형철과 잘 맞았다. 성격도 역시 달랐는데 경문이는 투수들에게 따라가는 편이었고, 범현이는 (포수 위주로 투수에게) 요구하는 스타일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렇다면 당시 누가 주전 포수였을까. 김 감독은 “(전임) 김영덕 감독(1982-1983년)은 경문이를 더 좋아했다”고 덧붙였다. 왠지 모르게 껄끄러운 사제지간 김성근-김경문의 묘한 인연의 출발점을 암시하는 동시에 인정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김성근 감독의 폭로? 또는 심리전?

한동안 추억에 잠겼던 김성근 감독. 그러나 잠시 후 노 감독의 입에서는 예기치 못한 한마디가 흘러나왔다. “그런데 한 가지 공통점 있어. 둘 다 방망이를 무지 못 쳤지.” 스승이기에 두 제자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신호일까.

실제로 김경문 감독은 1982년부터 1991년까지 10년간 통산 타율 0.220에 6홈런, 126타점으로 선수생활을 마쳤다. 1년 더 선수로 뛴 조범현 감독도 통산 타율 0.201에 12홈런, 107타점에 그쳤다. 지금은 두 사람 모두 성공한 포수 출신 사령탑으로 꼽히지만 이처럼 선수경력만 살펴보면 굳이 김성근 감독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수비형 포수’였음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아직 포스트시즌 구도는 미정이다. 그러나 3강 KIA-두산-SK의 포스트시즌 맞대결은 벌써부터 잔뜩 기대를 모으고 있는 흥행카드다. 그리고 세 팀 사령탑간의 얽히고설킨 인연의 실타래는 그 흥미를 배가시키는 주요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다.

문학 |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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