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전창진…그의호통은소통

입력 2009-09-14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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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창진. 스포츠동아 DB

“감독님이 심심해서 그러시겠어요?”

프로농구 10년 차 조동현(33·KT)은 전창진(46) 감독의 의중을 잘 알고 있었다. 일본 나고야에서 전지훈련 중인 프로농구 부산 KT 소닉붐. 호랑이로 소문난 전창진 감독(사진)이 변신을 시도했다. 이른바 소통의 리더십.

체육관을 쩌렁쩌렁 울리게 하는 포효는 변함이 없다. 기본기를 어기는 선수에게는 가차 없는 고함세례. 하지만, 훈련이 끝난 뒤에는 호랑이의 탈을 벗는다. 자연스럽게 농담도 던지고, 선수들과 어울려 게임도 즐긴다. 살가운 형으로 먼저 다가서 면담까지. 선수들은 냉탕에서 온탕을 오간다. 손규완(35) 코치는 “동부시절부터 감독님을 4년간 모셨지만, 이런 모습은 많이 보지 못했다”고 했다.

전 감독의 변화에는 이유가 있다. 전 감독은 4월 부임이후 워크숍을 실시했다. 선수단은 지난 시즌 최하위에 머물며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황이었다. 전 감독은 “아마 우리 선수들이 모난 데 없이 다 여리고 착해서 더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처진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사령탑이 먼저 팔을 걷어붙였다. 훈련 때 모질게 야단 친 마음을 어루만지면서 선수 한 명, 한 명을 장악해 가기 시작한 것. 전 감독과 함께 KT에 새 둥지를 튼 김승기(38), 손규완 코치 역시 숙소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선수들과 형제가 된다.
조동현은 “감독님은 정말 사람을 끌어당기는 능력이 있으신 것 같다”면서 “그렇게 호통을 치셔도 전지훈련 분위기는 좋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규리그 우승3회, 챔피언결정전 우승3회. ‘우승 청부사’ 전 감독의 변신과 함께, KT도 재도약을 예고하고 있다.

나고야(일본)|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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