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의가을체험]두산“갈매기대신치킨”롯데“웅담대신청심환”

입력 2009-09-30 19: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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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 하나. 프로축구 K리그에서 손꼽히는 빅 매치는 무엇일까요.

물론 보는 관점에 따라, 응원하는 팀에 따라 다르겠지만 서울과 수원의 경기를 꼽는 분들이 결코 적지 않을 것이라 생각되네요.

초록 그라운드를 수놓는 선수들의 열정 못지않게 뜨거운 게 있는데, 그건 무엇일까요. 역시 잘 알고 계시네요.

스탠드 남쪽과 북쪽을 가득 채운 양 구단 서포터스의 열띤 응원전이죠. 같은 수도권에 연고를 두고 있는데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모 그룹으로 있는 상황과 맞물려 서울-수원전은 항상 축구 팬들과 미디어의 관심사가 되지요.

아마 아실 분들은 알고 계실 겁니다. 서울과 수원 서포터스가 어떻게 기 싸움을 전개하고 있는지를 말이에요. 먼저 서울 서포터스 ‘수호신’은 수원의 공식 명칭이 ‘수원 블루윙즈’란 점에서 착안해 경기를 앞두고 항상 치킨을 먹곤 합니다. A 씨가 그러더라고요. “블루윙즈의 날개를 꺾기 위해 수원전이 다가오면 우린 똑같은 의식을 반복한다.”

이에 뒤질 수원 서포터스 ‘그랑블루’가 절대 아니죠.

‘연고 이전’이라는 서울의 가장 아픈 부분을 건드립니다. 서울이 안양에 연고를 둔 시절, 옛 구단명이 ‘안양LG 치타스’였는데, 수원 팬들은 서울전을 앞두고 ‘오늘은 치토스를 먹는 날’이라며 치타 그림 걸개를 그려놓고 상대를 자극하고, 약을 올립니다.

헌데 프로야구에도 비슷한 문화가 있더라고요. 축구 현장에 머무는 시간이 많았던 저에겐 정말로 신선하고 재미있는 충격이었습니다.

롯데와 두산이 격돌하고 있는 올 시즌 준PO 현장에서도 이와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어요. 두산 팬들은 잠실구장이 있는 지하철 2호선 종합운동장역 주변에서 파는 치킨을 사다먹으며 “갈매기(롯데의 상징)를 잡아먹을 수 없으니 닭이라도 먹는 것”이란 뼈있는 농담을 던지더라고요.

팀과 지역 사랑이 지극한 롯데 팬이 치킨을 뜯는 두산 팬들을 보고 가만히 있을 턱이 있나요. 역시 대단합니다.

“마! 우린 돈이 들더라도 웅담이라도 당장 사먹어야겠다. 없으면 웅담 비슷한 쓴 맛이 나는 청심환이라도 먹어야지!” 부산에서 원정을 왔다는 20대 대학생 커플의 정겹고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에 웃음을 감출 수 없네요.

사실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얘긴데요. 프로야구에서 오래전부터 마치 ‘정설’처럼 흘러나온다는 건데 말해도 될까요?

삼성을 만나는 팀들을 응원하는 팬들은 ‘대구 포’를 드시면서 승리를 다짐한다면서요? 참, 한화도 빼놓을 수 없겠네요. 이글스의 의지와 날개를 꺾기 위해 일반 치킨도 아닌 ‘핫-윙’을 사 드신다는데…. 맞는 소문인가요?

잠실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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