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격정의날개접은송진우“올핸고향친구와소주한잔해야죠”

입력 2009-10-01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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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폼이 아닌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송진우는 수줍은 듯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지난 21년 동안 바캉스와 명절을 모르고 살았지만 올해는 모처럼 여유롭게 추석을 보낼 계획이라며 행복해했다.

송진우의추석,그리고가족…
전설을 남기고 마운드에서 내려온 송진우(43). 그는 이제 자유인이다. 열한 살이던 증평초등학교 4학년 때 시작한 야구, 1989년 프로에 데뷔해 올해까지 21년간 그는 그라운드에 혼을 던졌다. 날개를 접은 독수리는 “이렇게 편한 마음으로 추석을 쇠는 건 정말 오랜 만이다”며 한가위 보름달 만큼이나 넉넉한 미소를 지었다. 그에게서 명절과 가족 얘기를 들었다.

○증평 쌀집 막내아들

그의 고향은 충북 증평군 중동 105번지다. 예전엔 충북 괴산군 증평읍이었으나 지금은 괴산군과 증평군이 분리됐다. 아직도 부친 송병영(86) 씨는 증평 읍내에 살고 있다.

“아버지는 강원도 출신인데 증평에 터를 잡고 쌀장사와 고추장사를 하며 우리 6남매를 낳아서 키웠어요. 어머니는 제가 결혼하자마자 1992년 세상을 떠나셨죠. 지금도 종종 고향에 가 보지만 시골이어서 그런지 예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변한 건 없어요. 다들 그렇겠지만 고향은 언제나 푸근하죠.”

그는 2남4녀 중 막내아들로 어릴 때 귀여움을 독차지하며 성장했다고 한다. 세광중에 진학해서는 버스를 타고 1시간 거리를 통학하며 야구를 했는데, 세광고 시절부터 숙소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사실상 고향을 떠나 살아온 지도 30년이 다 돼 간다.

“중학교 때까지는 아버지를 도와 제가 쌀배달도 다니고 그랬어요. 고향집은 시장터예요. 지금도 골목골목 모르는 데가 없죠. 어릴 때 저는 키가 무지 작았어요. 개구쟁이였죠. 친구들하고 여름이면 냇가에서 다이빙을 하고, 겨울이면 저수지에서 썰매를 타고 놀았어요. 우리 어릴 땐병정놀이를 많이 했죠. 누구 집에 들어가면 어느 쪽으로 빠져나올 수 있는지 아직도 기억이 나요.”

○야구선수 두 아들을 키우는 아빠

그는 프로입단 4년째인 1992년 11월 정해은(40) 씨와 결혼해 우석(16)과 우현(13) 두 아들을 두고 있다. 우석은 천안북일고에서, 우현은 온양중에서 아버지처럼 야구선수의 길을 걷고 있다.

“큰아들은 어릴 때 너무 뚱뚱해 살 빼라고 야구를 시켰는데 계속 야구를 하게 될지는 몰랐죠. 지금은 천안북일고 이정훈 감독이 워낙 훈련을 많이 시켜서 살이 쏙 빠졌어요. 둘째는 원래 오른손잡이인데 아빠처럼 던지겠다면서 왼손으로 공을 던져요. 요즘 ‘스위치타자를 해볼까’라면서 왼쪽, 오른쪽으로 다 치는데 둘 다 폼이 괜찮은 것 같아요.”

아들을 얘기하는 아빠의 얼굴엔 행복감이 묻어났다. 그러나 아들 둘이 모두 숙소생활을 해 가족들은 헤어져 사는 신세다. 그래서 모처럼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이번 추석이 더욱 기다려진다고 한다.

○이번 추석명절엔 저도 고향에 가요

“야구선수들은 바캉스하고 명절을 모르고 살아요. 추석 때는 시즌 막바지 일정을 소화하거나 포스트시즌에 들어가기 때문에 그렇고, 설에는 전지훈련 때문에 해외에 나가 있잖아요. 항상 전화 한통으로 인사를 대신하곤 했죠. 고향집에서 산소가 있는 선산까지 10분 거리예요. 고향에 작은 집도 있으니까 우리 가족들은 아침에 세군 데를 돌아다니며 차례를 지내요. 어릴 때는 추석을 앞두고 산에 가서 직접 솔잎을 따와 송편을 만들곤 했는데…. 이번 추석에는 모처럼 고향 친구들과 어울려 허리띠 풀어놓고 소주 한잔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팬들도 풍성하고 즐거운 한가위 보내시기 바랍니다.”

대전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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