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FA컵결승전성남홈경기결정…제비뽑기행운장대리꿈덕분?

입력 2009-10-16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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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일화-수원 삼성의 FA컵 결승(11월8일)을 앞두고 15일 축구회관에서 있었던 미디어데이에서 양 팀 감독, 선수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성남 주장 김정우, 신태용 감독, 수원 차범근 감독, 부주장 김대의.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수원 “홈 줬으니 V 받을 것”
미디어데이 장외전쟁 후끈


마지막까지 팽팽한 신경전이 연출됐다. 2009하나은행 FA컵 결승전(11월 8일 오후 3시) 미디어데이가 열린 15일 축구회관. 나란히 결승에 오른 수원과 성남은 대망의 승부를 펼칠 장소를 ‘홈’으로 정하기 위해 각자 비밀 병기를 준비했다.

역시 추첨은 ‘제비뽑기’ 방식. 수원은 그간 수월한 상대만을 골라온 ‘미다스의 손’ 양대현 주무를 내세웠고, 성남은 역시 ‘손 맛’이 좋기로 정평이 난 장경민 대리를 데려왔다. 추첨 시간은 불과 5분여 남짓. 하지만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먼저 장 대리가 ‘2번’을 뽑자 “이 친구가 우리 팀 에이스에요”라며 기대한 성남 신태용 감독은 “이런…” 혼잣말을 하면서 혀를 찼다. 금세 기분이 좋아진 수원 진영. 사회자가 “(수원) 차범근 감독님께서 직접 뽑으시겠습니까?”라고 제안하자 웃음을 띠며 손짓으로 양 대리를 가리켰다. 50%%의 확률. 아예 기회도 없이 상대방의 뽑기를 기다려야 하는 성남 입장에선 초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양 대리의 얼굴색이 어두워졌다. 원정경기를 의미하는 ‘B’를 뽑아든 것. 장 대리가 나가려는 순간, 신 감독이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일어섰다. “이젠 제가 뽑겠습니다.” 결국 한 개 남은 공에는 ‘A’가 적힌 종이가 들어있었고, 성남의 홈경기로 결정됐다.

장외 전쟁은 계속됐다. 양 팀 사령탑의 기자회견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양 주무는 “한 개를 양보하면 다른 한 개를 돌려받는 법”이라고 한 마디를 던졌다. 수원이 우승컵을 들어올린다는 의미. 이 말을 우연히 듣게 된 신 감독은 “진 팀이 먼저 경기장을 빠져나가는데 지금 먼저 (수원으로) 돌아가는 걸 보니 벌써 꼬리를 내린 거야?”라며 되받아쳤다. 그는 또 “오늘 아침에 아내가 전복죽을 끓여줬는데, (추첨에서) 미끄러질까봐 일부러 토스트를 먹고 왔다”며 뒷이야기를 털어놓기도 했다.

모든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던 장 대리의 촌철살인 한 마디. “사실, 어제 꿈을 꿨는데요. 제가 홈경기를 뽑고, 성남 직원들이 기뻐 펄쩍펄쩍 뛰는 내용이었어요.”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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