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다이어리] “벤치서 몸이 근질…PO여 내가 간다”

입력 2009-11-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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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조병국. 스포츠동아 DB

성남 일화의 중앙 수비수 조병국(28·사진)은 요즘 착잡하기만 했습니다. 팀은 K리그 챔피언십에서 피말리는 승부를 하고 있는데 정작 자신은 거의 보탬이 될 수 없었던 아쉬운 현실 때문이었죠. 그는 22일 인천과 6강PO에서 연장 후반, 두 번째 옐로카드를 받아 25일 전남과의 준PO에 출전할 수 없었습니다. 호주 용병 사샤마저 인천전 퇴장으로 출전할 수 없어 신태용 감독은 박우현과 전광진을 전남전 포백 수비의 중앙을 맡겼답니다. 다행히 성남은 승리를 챙겼고, 조병국은 포항과 PO를 준비할 수 있게 됐어요.

작년 시즌이 끝난 뒤 성남이 몸값이 높은 노장들을 대거 정리한 적이 있었죠. ‘구조조정’의 칼바람 속에서도 구단은 차마 조병국을 내칠 수는 없었답니다. 성남 이영진 코치는 “정상적인 경기가 이뤄지려면 수비의 안정이 최우선 조건이다. (조)병국이가 있을 때와 없을 때 차이가 크다”고 조병국의 역할과 위치를 강조했어요.

조병국은 올해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습관성 왼 어깨 탈골이 재발한 탓이죠. 8월23일 대전전에서 후반 30분 상대 선수와 경합하다 필드에 쓰러졌어요. 벤치로 교체사인을 냈지만 이미 교체카드를 다 써버린 탓에 어깨를 움켜쥐고 남은 15분을 한 팔로 뛴 투혼은 잔잔한 감동의 기억으로 남습니다. 이후 수술과 2개월간의 재활 끝에 팀 훈련에 복귀한 시점은 11월 초. 주치의는 “올 시즌은 어렵다”고 했지만 불굴의 의지로 버텨냈죠.

사실 이건 비밀인데 살짝 공개할게요. 전남전이 끝난 뒤 성남 라커룸에선 큰 웃음이 터졌답니다. 중앙 수비수 전광진이 경고 누적으로 포항전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을 놓고 이호가 던진 촌철살인의 한 마디 때문이죠. “이번에 병국이 형이 들어오니까 한 게임에 한 명씩만 들락거리면 되겠네.” 이쯤 되면 화기애애한 성남 분위기를 느낄 수 있지 않나요?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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