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선수협회는 비활동 기간 단체훈련을 하거나 해외전지훈련을 조기 출발할 경우 자체적으로 5000만원의 벌금을 내기로 했지만 일부 구단은 이미 사실상 단체훈련을 실시하는 등 갈등의 소지가 많다. [스포츠동아 DB]
비활동기간훈련 벌금 실효성 논란…
SK-두산 등 전지훈련 조기출발설·선수협 “규정 안지키면 벌금 상향”
비활동 기간 단체훈련을 하거나 해외전지훈련을 조기 출발할 경우, 자체적으로 5000만원의 벌금을 내기로 한 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의 내부 결정은 실효성이 있을까.SK-두산 등 전지훈련 조기출발설·선수협 “규정 안지키면 벌금 상향”
LG 1군 선수들은 비활동 기간이 시작된 12월 들어서도 잠실구장에 나와 훈련을 계속하고 있다. 일부 선수들은 페넌트레이스 종료 직후인 10월에 이미 쉬었기 때문에 12월 들어 훈련하는 게 큰 무리가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대외용 코멘트’일 뿐이다.
코치들이 정상적으로 나와 선수들의 훈련을 독려하고 있는 사실상 단체훈련이다. 모 선수는 “현실적으로 강제훈련”이라고 말하고, 또 다른 선수는 “구단이 내민 서류에 이미 사인했다”고 했다. 12월 훈련이 구단 의지가 아닌, 선수 의지에 따른 ‘자율훈련’이라는 내용의 서류에 어쩔 수 없이 서명을 했다는 설명이다.
이 뿐 아니다. “SK는 5000만원 벌금을 내고 전지훈련을 일찍 간다고 하더라”는 모 구단 코치의 말처럼, 1월 초순이면 일찌감치 전지훈련을 떠나는 SK는 당당히 벌금을 내고 전지훈련 조기출발에 나설 것이란 소문이 나돌고 있다. SK 구단 관계자는 6일 이 같은 사실에 대해 공식 부인했지만 김성근 감독이 “선수협 의지는 이해하나 아직 시기상조”라는 견해를 갖고 있어 ‘벌금을 어떻게 내느냐 아니냐’의 문제지, 조기 출발은 기정사실로 보인다. 두산 역시 당초 예정일인 1월 10일 전지훈련지인 미야자키로 출발할 계획을 갖고 있다.
선수협은 지난달 18일, 각 구단 대표들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비활동기간(12·1월 두달간)에 단체훈련을 하거나 내년 1월 20일 이전에 전지훈련을 떠나는 구단은 각 구단 상조회에서 5000만원의 벌금을 내도록 하자’고 뜻을 모았다. 선수협 손민한 회장은 당시 이같은 결정에 대해 “5000만원 벌금은 구단과 싸우겠다는 말이 아니라 선수들이 각 구단이나 감독을 설득하기 위한 장치”라고 설명했지만 현재로선 5000만원 벌금 제도가 있으나마나한 유명무실한 규정이 되고 있는 셈. 그나마 삼성 선동열 감독이 “선수협 말대로 1월 20일에 전지훈련을 출발하겠다”고 한 정도다.
손 회장은 2일 선수노조 설립에 대한 찬반 투표가 가결된 선수협 총회가 끝난 뒤 “벌금이 너무 적다는 의견에 따라 올해 지켜지지 않는다면 내년에 벌금을 더 올릴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문제는 벌금의 많고 적음에 있는 게 아니다. 구단측 방침을 정하는 감독의 입장과 선수간 의견 조율이 필요하고, 특히 팀별로 엇갈리는 선수들의 입장차를 좁히는 것 또한 필요해 보인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