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프로골프협회(KLPGA)와 국내 유일의 미 LPGA 투어를 주최하는 하나금융그룹이 2011년 투어 일정을 놓고 감정싸움을 벌이고 있다.
KLPGA는 2일 “하나은행챔피언십의 스폰서인 하나금융그룹이 사전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대회 날짜를 옮겨 국내 메이저 대회인 하이트컵 챔피언십과 일정과 겹치는 일이 발생했다. 자국투어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맹비난했다.
지금까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던 일인데 새삼 문제가 된 것은 하나금융그룹과 미 LPGA 투어가 일정을 10월 넷째 주에서 둘째 주로 2주 앞당겨 대회를 개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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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을 변경한 이유는 그동안 대회를 개최해오면서 기상 여건 때문에 정상적으로 대회를 치르는 게 힘들었고 또 내년에는 대만에서 새로운 LPGA 투어가 신설되면서 국내대회 일정을 변경했다.
가만히 있던 KLPGA는 뒤통수를 얻어맞았다.
사전 협의도 없이 먼저 진행되던 대회를 밀어내고 자신들이 대회를 유치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것이나 다름없어 불쾌하다.
KLPGA는 즉각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일정이 조율되지 않으면 국내 선수를 내보내지 않겠다. 선수들이 만약 국내투어를 포기하고 LPGA 투어에 출전할 경우 중징계를 내릴 것”이라고 못 박았다.
스폰서인 하나금융그룹의 어정쩡한 태도에 대해서도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했다. 하나금융그룹은 “KLPGA와 LPGA, 대행사인 IMG가 먼저 일정을 조율하는 것이 우선이다”며 한발 물러서 있다.
문제가 터진 후 하나금융그룹은 적극적인 해명이나 사태 수습에 나서지 않고 있다. 하나은행 챔피언십으로서는 밑질 게 없다는 판단인 듯 하다.
국내 선수 12명에게 출전 자격을 주고 있을 뿐 나머지는 LPGA 소속 선수들이 참가한다. 12명의 KLPGA 선수가 출전하지 않아도 대회를 여는 데 문제될 게 없다. LPGA에서 활약하는 한국 선수들도 20~30명씩 출전해 두 대회가 동시에 열려도 흥행적인 측면에서 뒤질게 없다는 속셈으로 풀이된다.
KLPGA는 골머리를 앓게 됐다. 일정을 양보하자니 자국투어를 무시하는 LPGA와 하나금융그룹의 횡포에 자존심이 상하고, 대회를 동시 개최하자니 어느 쪽이든 피해를 볼게 뻔하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