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선수협 “불공정 계약관행 뿌리뽑겠다”

입력 2011-01-22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이게 최선입니까?” 이대호의 연봉을 결정한 5인의 조정위원들. 나름의 소신을 갖고 최선의 결론을 얻으려 애썼던 선의와는 별개로 조정위원들의 선정 절차부터 공정성에서 권위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왼쪽부터 김종 한양대 교수, 최원현 KBO 고문변호사, 대한야구협회 김소식 전 부회장, 야구해설가 박노준 씨, KBO 이상일 사무총장.

헌법소원·효력정지 가처분 불사
조정결정 철회 촉구 성명서 발표

“선수협 한번에 너무 많은것 요구”
KBO, 여론의 집중질타에도 냉소

선수협 연봉조정자료 충실화 필요
위원장에 중립적 인사 숙제 남겨
20일 롯데 구단과 이대호의 연봉조정이 롯데의 승리로 끝났지만, 그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당사자가 한국프로야구의 상징 인물 이대호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는 21일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한국야구위원회(KBO)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고, KBO는 이에 대해 반격했다.


○선수협 성명서 발표 KBO에 직격탄

선수협은 이날 성명서에서 “이번 조정위원회의 구성과 결정이 결코 합리적이고 공정하지 않았기에 수용할 수 없으며, 즉각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생구단의 창단을 반대하는 롯데를 달래기 위해 이대호 선수를 희생시킨 정치적 결정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는 해석까지 내렸다.

이어 “선수협은 선수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규약과 불공정한 계약관행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헌법소원 및 규약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의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다”고 강경한 대응을 시사하기도 했다.

선수협은 이날 이대호의 자료까지 언론에 공개하며 “이래도 우리 자료가 미흡했느냐”며 반박했다. 총 11페이지에 달하는 연봉조정신청 근거자료와 함께 언론보도 내용 200페이지 분량의 별도 파일을 조정위원회에 넘겼다는 것이다.

선수협의 강경 노선에 KBO는 “할 테면 해보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KBO 이상일 사무총장은 “선수협과 최근 두 달 사이 두 차례 만났다”면서 “비활동기간 훈련 금지를 얘기 해 12월에는 안 하기로 결정했다.

프리에이전트(FA) 규정도 선수협 안을 다 적용한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손질했다”면서 “점진적으로 선수협의 주장을 펼쳐나가려고 해야지, 한꺼번에 모든 걸 바꾸려고 한다면 부작용만 생길 것이다”고 주장했다.


○선수협에 주어진 과제


전날 조정위원으로 참석해 이대호를 지지한 A씨는 선수협이 근거자료를 공개하자 대뜸 “공개 잘 했다”고 말했다.

A씨는 “선수협의 자료에 왜 7억원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논거가 충분했다면 이대호가 이기는 상황이었다”면서 “자료만 본다면 사실 길게 회의를 할 필요조차 없었다.

4시간 넘게 격론을 벌인 것은 이대호가 타격 7관왕을 차지한 상징적인 것을 어떻게 보상해줄지를 검토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선수협이 제출한 자료를 보면 ‘조정의 이유’ 첫 머리를 ‘FA 프리미엄’이라고 설명해놓고 있다.

사실 이는 오히려 구단 측에서 “FA 프리미엄이 있기 때문에 연봉을 더 많이 올려주게 됐다”고 설명해야할 부분이다. FA 프리미엄 자체는 구단이 보상금액을 높여 선수의 타구단 이적을 어렵도록 만드는 안전장치다. 선수가 더 많은 연봉을 요구할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

선수협 사무국은 KBO와의 싸움도 중요하지만, 이번 이대호의 패배에 책임부터 통감해야한다. 에이전트 제도가 없는 현실상 이대호가 기댈 수 있는 것은 선수협 사무국의 능력밖에 없기 때문이다.

에이전트 제도는 언제 도입될지 기약이 없다. 선수협 사무국은 일단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 선수노조나 에이전트가 준비하는 연봉조정 자료를 입수해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어떻게 해야 이기는지부터 알아야 같은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는다. 지난 일보다 중요한 것은 미래이기 때문이다. 이대호도 패했는데 다른 선수가 연봉조정 신청을 한다면 이번 같은 자료로는 더 역부족이다.


○KBO가 짊어진 숙제

KBO 역시 여론의 집중포화를 얻어맞아도 할 말이 없다. 5명의 조정위원은 선수뿐만 아니라 팬들까지 누가 봐도 납득할 수 있는 불편부당한 인사로 구성해야한다.

적어도 조정위원장만큼은 구단과 선수협이 모두 찬성하는 법조계 인물 등 중립적 인사를 영입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 5-0이나, 4-1의 결과가 나왔다면 그 결과를 놓고 이렇게 시끄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대호는 2-3으로 졌다.

이번에 중립적 조정위원장만 있었더라도 KBO가 이렇게 비난받지 않았을지 모른다. KBO는 “KBO가 구단편만 든다는 지적은 억울하다”고 하소연하지만, 기득권을 모두 움켜쥐려는 태도를 버리지 않는다면 그 하소연도 힘을 잃는다.

과연 KBO를 비난하는 팬들이 그동안의 연봉조정 1승19패 결과에만 흥분하는 것일까.사진|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