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희기자의 호기심 천국|1루 송구와 포구의 모든 것] 1루 송구 ‘수신자 만족’의 조건은?

입력 2011-07-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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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글러브로 빨려드는 1로 송구 위해 포심으로 던져라!
1루수는 괴로워 왜?
싱커 슬라이더 포크볼 모두 송구
이종범 전성기 ‘총알탄’ 무시무시

잡기 편한 송구는?
회전수 많은 포심 패스트볼 최상
정상급 내야수 송구의 80% 차지

유격수 송구 노하우는?
포심 못잡을땐 엄지 활용 꽉 쥐어
비 오면 약지까지 네손가락 사용

야구선수들의 글러브 중 유독 포수와 1루수의 것만 미트(mitt)라고 부른다. 포수·1루수 미트는 손가락을 넣는 방식이 벙어리장갑(mitten)과 같기 때문이다. 이들 미트는 공이 들어가는 ‘포켓’이 넓다는 공통점도 있다. 무엇보다 ‘포구’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시즌초반 신마구로 명성을 떨쳤던 박현준(LG)의 포크볼이나 팀 웨이크필드(보스턴)의 너클볼은 포수들이 겪는 포구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구종이다. 하지만 종종 1루수들은 “내야수의 송구도 변화무쌍하다. 쉽게 잡는 것 같아도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토로한다. 1루수들이 선호하고, 또 까다로워 하는 송구는 어떤 것일까. 그리고 ‘수신자 만족’을 위해, 다른 내야수들은 어떤 기술과 노하우를 갖고 있을까.

○1루수가 잡기 편한 송구의 출발은 포심그립

투수와 달리, 내야수들은 ‘포심 패스트볼’ 딱 한 가지 구종만을 구사해야 한다. 1루수가 가장 편하게 잡을 수 있는 송구를 위해서다. 하지만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포심그립을 잡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야수들은 글러브 안으로 들어온 공을 잡아서 빼내는 순간, 또는 스텝을 옮기거나, 빠른 송구를 할 수 있도록 파워포지션을 취하는 순간에 그립을 포심으로 살짝 바꾼다. 이런 감각적인 그립변환은 반복 훈련의 산물이다.

○정상급 내야수들은 80% 이상 포심그립으로 송구

한대화(한화) 감독은 “정상급 내야수라면 공을 던지는 순간, 80∼90% 정도는 포심으로 잡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김상수(삼성), 강정호(넥센) 등 A급유격수들로부터 “가장 회전이 좋은 송구를 한다”는 평가를 받은 손시헌(두산)도 “더블플레이 등 가까운 거리를 던질 때는 굳이 포심으로 잡지 않지만, 정상적인 1루 송구 때는 80∼90% 정도 포심으로 잡는다”고 밝혔다. 손시헌은 “파워포지션으로 공을 옮길 때 순간적으로 포심을 잡는 능력이 뛰어나다(넥센 홍원기코치)”는 평을 받는 대표적인 내야수다. 손시헌처럼 공의 회전이 좋으면, 원바운드 송구 때도 1루수가 잡기 편한 장점이 있다. 불규칙하게 튀어 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오지환(LG)은 “(1루수 선배들에게) 원바운드가 나올 때의 궤적이 남들과 다르다는 지적을 들었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 이유 역시 송구의 회전과 연관이 깊다.

○싱커, 슬라이더, 포크볼 등 변화구성에 총알송구까지… 1루수는 괴로워

순간적으로 포심을 잡지 못하고 송구를 하는 경우에는 다양한 구종들이 탄생한다. 본인들이 직접 밝힌 바와 같이 “슬라이더성(김상수)”, “싱커성(손시헌)” 등 정상급 야수들도 예외는 없다. 이런 구종의 차이는 찰나의 그립은 물론, 송구시 팔의 각도 등 각 선수의 습관과도 관련이 있다. 한화1루수 장성호는 “KIA시절 (김)선빈이의 송구가 까다로웠다. 손이 작아서 공을 완벽하게 잡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고, 때로는 포크볼성으로 오기도 했다”고 밝혔다. 변화구성은 아니지만, 송구가 워낙 강력해서 포구에 애를 먹는 경우도 있다. 넥센1루수 이숭용은 “(3루수로 활약하다 투수로 전향한)권준헌은 너무 어깨가 좋아서 포구가 어려웠던 케이스”라고 했다. 장성호 역시 “해태시절 유격수 이종범(KIA) 선배의 송구는 타석에서 보는 강속구 투수의 그것 이상이었다. 항상 긴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한번은 공이 정확하게 왔는데도, 너무 빨리 미트를 오므려 실책을 했다”는 일화를 털어놓았다.

○베테랑 1루수들의 노하우, 송구방향 유도와 예측

KIA 1루수 최희섭은 “투수들의 번트수비시 1루 송구가 가장 까다롭다”고 했다. 이 때 1루에서 접전이 펼쳐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상황이 다급할수록 포구하기 좋은 회전의 송구가 들어올 가능성은 떨어진다. 최희섭은 “특히 트레비스나 양현종, 박경태 등 왼손투수들의 1루 송구는 약간 싱커성(왼손잡이 1루수가 미트를 낀 방향)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일부러 미트의 타깃을 왼쪽으로 잡아준다”고 밝혔다. 반면 일부러 타깃을 오른쪽으로 잡는 경우도 있다. 베테랑1루수 이숭용의 설명은 이렇다. “3루수나 유격수가 송구 할 때 싱커성(왼손잡이 1루수가 미트를 낀 반대방향)으로 오면, 1루수가 타자주자와 부딪힐 염려가 있다. 경험이 적은 1루수가 부상을 당하는 사례를 보면, 이런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는 타깃을 오른쪽으로 잡아준다.”

○명유격수 류중일 감독이 밝히는 포심을 잡지 못했을 때의 노하우

1루수가 포구에 대한 노하우가 있듯, 다른 내야수들도 포심을 잡지 못했을 때의 송구 노하우를 갖고 있다. 명유격수 출신의 류중일(삼성) 감독은 “회전을 잘 주려면 검지와 중지 끝이 중요하다. 현역시절 실밥을 못 잡고, 공의 가죽부분만을 잡았을 때는 의식적으로 엄지손가락을 이용해 공을 더 손 안쪽으로 당겨 쥐었다. 이렇게 하면 검지와 중지에 더 힘이 들어가기 때문에 실밥을 안 잡고도, 회전을 잘 줄 수 있었다”고 했다. 검지와 중지가 모두 실밥에 걸리지 않았을 때는 전력으로 송구하지 않는 것도 방법이다. 류 감독은 “이 때는 80% 정도로만 송구를 해야지 100%로 하면 공이 날린다. 이걸 제일 잘하는 선수가 박진만(SK)이다”고 덧붙였다.

○명3루수 한대화 감독의 비 오는 날 송구의 노하우

비가 오면 내야수들이 공을 제대로 잡기가 더 힘들다. “비에 유독 약하다”는 조동찬(삼성)은 이런 날 오른손을 뒷주머니에 넣다 뺏다 하는 동작을 반복한다. 손과 글러브 안쪽에 로진을 계속 바르기 위해서다. 글러브 안쪽과 오른손은 화장을 한 듯 하얗게 된다. 명3루수 출신인 한대화 감독은 “현역시절 빗물에 젖은 미끄러운 공을 던질 때는 엄지, 검지, 중지뿐만 아니라 약지까지 공을 약간 받쳐서 밀듯이 송구를 했다”고 밝혔다. 세 손가락이 아니라, 네 손가락으로 던지는 모양새다. 한 감독은 “그래야 공이 손에서 빠져서 1루수 키를 넘기는 악송구를 방지할 수 있다”며 ‘맞춤 송구’의 노하우를 설명했다.

전영희 기자 (트위터@setupman11)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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