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문의 투수탐구] 마무리 후보 프록터, 직구는 참 좋은데…

입력 2012-02-17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메이저리그 출신 2명이 두산 마운드를 지킨다. 이미 지난해 검증을 마친 더스틴 니퍼트(오른쪽)가 선발진을, 뉴욕 양키스 셋업맨 출신 스콧 프록터가 뒷문을 걸어 잠근다. 스포츠동아DB,사진제공 | 두산 베어스

두산 용병 프록터&니퍼트


○프록터

간결한 투구폼 150km대 광속구 위력적
변화구 적고 슬라이더 가운데 몰려 불안

○니퍼트

큰 키가 무기…내리꽂는 듯한 직구 압권
자신만의 전략·분석력 갖춰 올해 더 기대


올시즌은 가까이서 보는 것만으로 즐거운 대한민국의 국민타자와 영원한 메이저리거가 합류하면서 한층 더 흥미로울 것이다. 그 가운데 다른 종목에 비해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그래도 외국인선수는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이번 시즌 8개 구단 모든 용병 선수들이 투수들로 짜여졌다는 것도 의미가 있다. 변화구만 어느 정도 제구되면 우리 타자를 상대로 버텨 나갈 수 있는 게 용병 투수다. 2012년 16명의 용병 투수 중 화제의 중심에 있는 두산의 스콧 프록터에 대한 경력과 가능성을 알아보자. 이 선수는 자세히 볼 일이 없었다. 내면의 세계도 잘 알지 못하면서 분석(?)을 해보는 것이 황당할 수도 있지만, 기록을 가지고 풀어나가 보고자 한다.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지 않았으면 아마 한국엔 LA 다저스보다 뉴욕 양키스가 훨씬 더 알려졌을 것이다. 두산에 입단한 프록터는 최고의 인기 구단 양키스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 그 때문에 현재 크게 기대하고 있는 듯하다.

프록터의 첫 번째 팀은 양키스가 아니다. 1998년 드래프트 5순위로 다저스에 입단했고, 2003년까지 마이너리그에서 뛰었다. 그리고 2004년 양키스로 옮기면서 조금씩 성적을 올리게 된다. 프록터는 입단 이후 줄곧 중간계투요원으로 뛰었는데 스카우트나 코칭스태프가 그의 능력이나 자질이 길게 던지는 것보다는 짧게 던지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2006∼2007년 2년 동안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그 당시 양키스의 감독인 조 토레의 남자라고도 불렸다.

신장은 184cm 정도. 그렇게 크지 않은 체격에서 가장 빠를 때는 100마일(161km), 평균 154km를 던지면서 2년간 양키스의 중간계투요원으로 대단한 실력을 보여준다. 그러나 부작용도 없지 않았다. 2년 연속 83경기에 등판하면서 너무 많이 던진 것이다. 162게임 중 83경기란 2경기당 1경기 출장이었고 이렇게 많은 경기에 출장한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최다 출장은 85경기(2004년 LG 류택현), 84경기(2001년 두산 차명주)가 있지만 좌투수들이 한 타자를 상대로 기록한 경기들이고, 프록터는 2006년 102.1이닝, 2007년 86.1이닝을 던지면서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결국 이것 때문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두 시즌의 혹사로 2008년 시즌의 성적은 좋지 않았다.

2009년은 플로리다 말린스에서 스프링캠프를 하면서 통증을 느끼고 그해 5월 토미존 수술을 하게 된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이 선수의 체격은 그리 크지 않은데 150km대 중후반의 빠른 공을 던지려면 신체의 각 부분이 얼마만큼 많이 최대치의 운동을 해야 할까? 프록터의 투구폼을 살펴보면 감탄사가 나온다. 저런 간결한 투구동작으로 어떻게 95마일 이상의 공을 던질까 하는 것이다.

지금쯤 투수들은 본인의 훈련을 하면서 타자를 상대로 공을 던져주는 연습을 한다. 타자의 훈련을 도와주는 시간이므로 그렇게 강한 공을 던지지 않는다. 평소 던지던 자신의 동작보다 간단하고 쉽게 투구하는데 이런 동작으로 그렇게 강한 투구를 한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두산에 입단이 결정된 후 투구 동작을 찾아서 봤는데 1개월 후면 프록터가 던지는 모습을 직접 보게 될 것이다. 야구팬들도 그동안 야구 경기를 많이 봤겠지만 투수가 아주 편안한 동작으로 던지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 프록터의 피칭을 감상하면 된다.

프록터는 발표된 것과 같이 95마일 이상을 던졌다. 슬라이더는 134km , 커브는 124km, 체인지업은 140km 정도의 구속이다. 기록이나 경기 장면을 보면 결국 직구(포심패스트볼) 구사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장 자신 있는 구종이란 뜻이다. 직구와 체인지업의 구속에서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체인지업이 약간 약하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슬라이더의 각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옆으로 휘어져 나가는 구질, 아래로 떨어지는 듯한 구질인데, 보통 밑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주로 구사하는 투수다. 우리나라 최고의 슬라이더를 구사하는 KIA 윤석민처럼 45도 각도의 슬라이더가 우리나라 타자를 가장 완벽하게 이겨낼 수 있다. 많은 경기를 본 것은 아니지만 이 슬라이더가 가운데로 몰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숙제가 될 수도 있다.

2011년도 시즌도 순조롭지는 않았다. 스프링캠프에 초청받았다가 방출되고 다시 계약하는 등 어려운 시즌이었다. 미국에서의 평가는 스피드가 떨어지면서 공의 움직임이 작아졌다는 것이다. 직구의 위력이 떨어졌지만 그 자체만을 평가한다면 충분히 힘이 있는데 변화구가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 프록터는 어차피 두산에선 뒤쪽으로 포진할 것 같다. 그동안 뒷문을 지켰던 이용찬, 임태훈이 선발로 투입되고 마무리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단 1이닝만을 책임져야 하는 투수는 많은 구종이 필요 없는 것은 사실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능력으로 두산의 뒷문을 확실히 잠그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 빠른 공을 던지는 용병 마무리 투수의 성공 가능성은 반반이다. 빠른 공을 갖고 한국에 온 투수들은 성공보다 실패가 많았고, 특히 마무리 투수의 성공은 더욱 힘들었다는 과거의 결과도 있었지만 두산이 우승권에 들어가기 위해선 확실한 프록터의 승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또 한 명의 용병 투수 니퍼트를 살펴보자. 김선우와 더불어 가장 강력한 선발 1·2번 투수이며 올시즌을 두산이 기대할 수 있는 근거다. 최근 두산은 우승을 하지는 못했지만 매년 우승후보였고 우승 문턱까지 갔던 강팀이다. 여기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용병 선수의 탁월한 선택도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지난 시즌 니퍼트의 영입은 두산의 전력이 배가되는 결과로 나타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큰 키에서 내리꽂는 듯한 직구, 그리고 배트 중심에 맞히지 못하는 커터와 싱커로 타자들을 이겨내는 모습은 특급투수 그 자체였다. 키가 크고 타점이 높은 선수는 각도를 만들면서 들어오기 때문에(높게 제구되지 않기 때문에) 배트 밑부분에 맞을 확률이 높다. 작년 시즌 중반 비로 경기가 취소된 날 인터뷰를 요청한 적이 있었다. 개인훈련을 끝내고 여러 가지 질문에 가감 없이 진솔하게 인터뷰를 했다. 그 때 느꼈던 것은 항상 본인이 해야 할 스케줄을 꼭 하고 간다는 점, 참 성실한 선수란 점이다. 그리고 전문적인 내용으로 들어간 질문에는 더욱 정확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즉 ‘직구를 던지다가 커터나 싱커를 던질 때는 이러한 이유가 있어서다’, ‘컨디션이 좋을 때는 이런 방법으로 투구 패턴을 가져간다’, ‘상대 타자가 타석에서 이런 반응을 일으키면 이런 구종으로 상대를 잡아나간다’라고 하는 철학이 있었고 경기를 풀어나가는 현명함을 갖추고 있었다.

물론 너무 일관된 느낌도 있었지만 많은 부분 포수에게만 의존하는 투수들보다 본인이 전략과 전술을 갖고 경기에 임하는 것은 큰 차이가 난다는 것을 생각해 볼 때, 니퍼트의 분석은 충분히 칭찬받을 수 있을 것이고 이런 이유가 좋은 성적을 올린 것이 아닐까 한다.

한 가지 미련이 있다면 시즌 후반 승수가 집중적으로 채워졌다는 것이다. 연구 분석이 강한 니퍼트는 올시즌 더욱 내용 있는 투구를 할 것이 확실하다. 작년 완투 2번, 완봉 1번을 기록했다. 피안타율도 0.225로 굉장히 낮은 편이고 매 이닝 평균 투구수가 16.8개이며 187이닝을 던져서 피홈런이 8개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위력 있는 투구를 했다.

매년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던 두산은 올시즌 두 명의 용병투수의 활약에 의해 가름될 가능성이 많다는 생각이다. 본인들이 갖고 있는 능력만 발휘한다면 어려울 것도 없지 않나 하는 마음이다. 매년 용병 투수의 활약이 타 팀의 부러움을 샀는데, 확실한 용병 투수 니퍼트와 프록터가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준다면 두산의 우승도 그렇게 멀지만은 않을 것이다.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