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친 김선우&김병현 “맞짱땐 국물도 없어”

입력 2012-02-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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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선우(왼쪽)와 넥센 김병현은 메이저리그 시절부터 유난히 죽이 맞는 단짝이었다. 이제 둘은 한국으로 무대를 옮겨 우정의 경쟁을 벌인다. 스포츠동아DB

김선우 김병현, 절친 선후배 ‘우정의 선전포고’


김선우→김병현
집에 차에 음식에…ML시절 얼마나 고마웠던지
국내무대 적응·16승 노하우 모두 알려주고 싶다

김병현→김선우
아직은 한국 야구문화 낯설지만 난 정말 괜찮아
형과의 첫 맞대결? 두말하면 잔소리! 이겨야지!


두산 김선우(36)와 넥센 김병현(34)은 야구계의 대표 ‘절친’이다. 둘의 인연은 1995년 미국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선우는 휘문고(3학년)에서, 김병현은 광주일고(2학년)에서 초고교급 투수로 활약했다.

이후 김선우는 1997년 보스턴으로, 김병현은 1999년 애리조나로 진출해 한국인 메이저리거로 활약했다. 둘이 돈독한 친분을 쌓게 된 것은 콜로라도에서였다. 김병현이 2005년 4월 먼저 콜로라도에 적을 둔 상태였고, 김선우가 2005년 8월 워싱턴에서 웨이버공시된 후 콜로라도로 이적했다. 모두 불펜(김선우 4경기·김병현 18경기)을 왔다갔다했지만 선발(김선우 8경기 5승1패·김병현 22경기 5승12패)로서 팀의 ‘양김’ 체제를 구축하기도 했다.

2006년에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또 한 번 끈끈한 우정을 이어나갔다. 이후 6년이 흘렀다. 두 선수는 먼 길을 돌고 돌아 한국에서 재회했다. 일본 가고시마에서 1시간 거리를 두고 전지훈련 중인 이들은 맞대결에 대해 흥미로워하면서도 서로의 활약을 응원했다. 그래서 들어봤다. 김선우가 말하는 김병현과 김병현이 말하는 김선우.


○“우리 병현이 좀 잘 써주세요”

인터뷰는 이틀에 걸쳐 이뤄졌다. 두 선수 모두 아직 ‘경기조’가 아닌 까닭에 26일 열린 두산-넥센전에서 만나지 못했다. 대신 기자가 매개체가 됐다. 김선우는 “(김)병현이는 내가 아는 사람중에 가장 착한데 가장 큰 오해를 받고 있는 선수”라며 “이유 불문, 무조건 (김)병현이에 대해 잘 써달라”는 부탁부터 건넸다. 동생을 위한 형의 간절한 부탁이었다. 김병현은 김선우의 말에 웃음을 터트렸다. “형이 그래요? 전 괜찮은데…. 제가 농담을 했을 때 웃긴 사람이 있고 썰렁한 사람이 있잖아요. 그 차이인 것 같아요. 형한테 걱정하지 말라고 전해주세요.”

김선우가 이처럼 김병현을 물심양면으로 도우려는 데는 이유가 있다. “2005년 콜로라도에서 (김)병현이한테 정말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집도 내주고 차도 쓰게 해주고 음식도 해결해주고 생활 자체를 책임져줬으니까. 그때 제가 어려울 때였거든요. 제 성격이 하나를 받으면 두세 개를 해줘야 하는데 그때 받은 것의 반에 반도 못 돌려줬어요. 이제 한국에 왔으니까 제가 느끼는 것들, 생각하는 것들 알려주려고 해요.”

하지만 김병현의 반응은 “해준 게 없는데…”였다. “제가 뭘 안 아까워하는 성격이에요. 어떤 사람들은 내 것에 손대는 것 싫어하는데 전 아니거든요. 그리고 오히려 형한테 도움을 받았어요. 덜렁대는 저를 꼼꼼한 형이 잘 챙겨줬어요.”


○“형이요? 정말 잘 던지는 투수였죠”

둘에게 투수로서 서로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내려달라고 부탁했다. 김병현은 “16승한 투수한테 무슨 말이 필요하냐?”며 웃었다. 김선우는 “나 뿐만 아니라 모두가 인정하는 ‘야구의 신’이었다. 만화 주인공처럼 던졌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김병현은 한국리그가 처음이다. 3년이라는 공백기도 있다. 롯데 송승준은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타순에 상관없이 공격적인 반면 한국타자들은 파워타자들을 제외하고 공을 신중하게 본다. 타자들의 스타일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김선우도 김병현의 구위가 아닌 적응여부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한국행을 결정한 뒤 한 달이 지났는데 생활이 어떤가?’라는 질문도 그래서 나왔다. “마음은 솔직히 편한데 야구 외적으로 신경 쓸 일이 많은 것 같아요. 미국에서 늘 혼자 생각하고 대답했거든요. 그게 지루하긴 했는데 그렇게만 살다보니까 몸에 익은 것 같아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그게 안 되더라고요. 생활패턴도 그렇고 팀 젊은 투수들, 코치님들도 있고 많이 달라요.”


○“3년을 쉬면서 느낀 점은 뭐니?”

김선우는 김병현이 한국행을 결정한 것에 대해서도 “가족이 생기면 생각이 달라진다. 나 역시도 아내와 두 아들을 위해 귀국을 결정했다. (김)병현이도 가족이 생긴 게 결정적인 계기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현 역시 “아무래도 아내와 딸이 생기면서 생활이 바뀌었다”고 인정했다.

대신 김선우는 ‘3년간 쉬면서 느낀 점’을 물었다. ‘잘 나가던’ 선수의 갑작스러운 이탈. 늘 연락을 주고받으며 응원을 아끼지 않았지만 차마 물어보지 못한 말이었다. 김병현의 대답은 “여러 가지 일이 있었고 ‘인생이 내 맘대로 되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였다. “나중에는 노는 것도 재미없어지더라고요(웃음). 무엇보다 몸이 안 좋으니까 마음이 약해지는 거예요. 정신적으로 힘들 때 집사람을 만나서 도움을 받았어요. 편안하게 생각할 수 있게 됐죠.”

마지막으로 맞대결에 대해서 물어봤다. 오랫동안 메이저리그 생활을 했지만 단 한 차례도 맞붙어본 적이 없다는 이들. 하지만 대답은 똑같았다.

“이겨야죠. 이기도록 해야죠!” 둘도 없는 형·동생 사이지만 역시 승부의 세계에서는 냉철했다.

가고시마(일본)|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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