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2012]우생순, 아테네선 울었지만 런던선 웃었다

입력 2012-07-31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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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핸드볼 덴마크에 승리… 우선희 등 그때 그 멤버 4명
옛 생각에 똘똘 뭉쳐 맹활약… 8년 전 결승 패배 설욕
열아홉 번의 동점 끝에 연장. 그래도 승부가 나지 않아 재연장, 그리고 승부던지기.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생순’의 소재가 된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여자 핸드볼 결승전에서 한국은 승부던지기 끝에 덴마크에 졌다. 한국 선수들은 얼싸안고 펑펑 울었다.

우생순의 주인공들은 올림픽에서 8년 만에 마주친 덴마크와의 경기를 끝내고 또 얼싸안았다. 이번에는 좋아서였다. 마음껏 웃었다. 한국 여자 핸드볼이 30일 런던 올림픽 조별리그 B조 2차전에서 덴마크에 25-24로 승리를 거두고 2연승을 달렸다.

동점이 다섯 차례 있었지만 8년 전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한국이 전·후반 60분 가운데 대부분 리드를 잡았다. 후반 23분에는 23-18로 5점 차까지 점수를 벌리면서 여유 있게 앞섰다. 한국은 종료 2분가량을 남기고 내리 4골을 내줘 추격당했지만 앞서 벌려 놓은 점수 차로 설욕에 성공했다. 올림픽에서 한국이 덴마크를 꺾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올림픽에서는 1무 3패로 열세였다.

아테네 멤버인 주장 우선희(삼척시청)는 “설욕하고 싶은 마음이야 컸다. 하지만 그런 걸 너무 의식하면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까 봐 경기 때는 생각하지 않았다. 덴마크 팀에도 아테네 때 뛴 선수가 보이더라. 8년 전 생각이 떠오를까 봐 그 선수와는 일부러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고 했다. 이번 올림픽에 출전한 대표팀에는 아테네 대회 때 뛰었던 김차연(오므론)과 문경하(경남개발공사), 최임정(대구시청) 등 4명의 ‘원조 우생순 멤버’가 있다. 우선희는 “(김)온아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선수들이 더 똘똘 뭉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주 공격수인 김온아는 28일 스페인과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왼쪽 무릎을 크게 다쳐 이번 대회 남은 경기 출전이 힘들어졌다. 김온아는 경기를 앞두고 후배들에게 “언니 대신 잘해 줄 수 있지?”라는 내용 등을 담은 편지를 주면서 코트에 나서지 못하는 미안함을 전하고 힘도 북돋아줬다.

역대 최악의 조 편성이라는 우려에도 지난해 세계선수권 3위(스페인), 4위(덴마크) 팀을 차례로 격파한 한국은 상승세를 탔다. 8월 1일 있을 3차전 상대는 4년 전 베이징 올림픽 준결승 때 한국의 결승 진출 꿈을 꺾어놓은 노르웨이다. 노르웨이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한 세계 최강이다.

런던=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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