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건 전문기자의 스포츠로 읽는 세상] 프로구단과 연고지, 지자체의 복잡한 방정식

입력 2013-09-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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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프로스포츠가 일정을 짤 때 가장 신경 쓰는 것은 프로야구와 겹치느냐 여부다.

프로배구 V리그는 포스트시즌 스케줄을 프로야구 시범경기 이전에 끝낸다. 야구가 국민스포츠가 된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지역연고 정착이 컸다. 1982년 창단하면서 모든 선수를 출신고교 기준으로 나눈 것이 히트를 쳤다. 연고지 아이디어는 이용일 전 한국야구위원회(KBO)사무총장의 구상이었다. 쿠바야구협회 관계자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계기였다고 한다.

모든 프로스포츠 팀들은 연고지 팬과의 유대를 가장 큰 목표로 한다. 팬의 든든한 성원이 있어야 성공이 보장된다. 그냥 팀과 우리 팀은 같은 팀이지만 차원이 다른 단어다.

한국배구연맹(KOVO) 경기운영팀은 요즘 경기일정 때문에 고민이 많다. 시즌 개막이 2개월도 남지 않았는데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 신생팀 러시앤캐시와 우리카드 GS칼텍스 때문이다. 사실 경기일정은 이미 정해졌다. KOVO는 시즌이 끝나자마자 다음 시즌 일정을 정해 이사회의 최종승인 절차를 밟는다. 문제는 3팀 가운데 2팀의 연고지가 미정이라는 것.

서울을 새 연고지로 정했던 우리카드와 장충체육관 개보수 기간동안 임시로 구미에서 홈경기를 치렀던 GS칼텍스는 아산시와 협의를 했다. 우리카드는 2013∼2014시즌 전 경기를 아산에서 열기로 했다. GS칼텍스는 3라운드까지만 아산에서 하고 그 이후는 장충체육관으로 옮겨서 경기를 할 예정이었지만 장충체육관을 내년 6월까지 사용할 수 없다고 한다. 최근 GS가 이 사실을 확인했다. 아산시도 GS를 원하지 않아 졸지에 갈 곳이 없어졌다.

러시앤캐시는 안산시와 연고지 협상을 벌이지만 아직 소득이 없다. 한때 성남을 제2의 후보지로 정해 도로공사와 협상을 했지만 실패했다. 러시앤캐시는 안산시를 원한다. 재일동포 자본이 최초로 들어와 골프장(제일CC)을 만드는 등 상징적인 의미가 큰 곳이다. 여자프로농구 신한은행의 연고지도 안산이다. 최근 프로축구단 성남 일화가 2014시즌부터 시민구단으로 전환해 안산 이전을 협의하면서 일이 복잡해졌다. 안산시는 러시앤캐시에 연고지 확정 대가로 돈을 요구했다. 프로구단이 연고지를 정하면서 자치단체로부터 광고협찬과 시설을 싼 이용료로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은 받아왔지만 이처럼 돈을 요구받은 경우는 거의 없었다.

러시앤캐시가 발을 빼려 하자 안산시는 상록수체육관을 그냥 놀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대관방식으로 사용하라고 제의했다. 대관은 임시로 경기장을 빌려 쓰는 것이다. 이벤트 대회 때나 쓰는 방식이다. 프로 스포츠의 근본으로 치는 홈앤드어웨이 리그, 연고지와는 동떨어진 생각이다. 한 번 결정하면 쉽게 다른 곳으로 옮겨 가서는 안 되는 것이 연고지다. 프로야구 현대 유니콘스가 허공에 사라진 것도, 성남 일화가 딱한 처지가 된 것도 모두 연고지를 쉽게 옮겼고, 지역 팬의 사랑을 받지 못해서였다. 팀들은 우승을 더 원하지만 우승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연고지 팬으로부터 우리 팀이라는 인정을 받는 것이다.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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