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왕이 되지 못한 ‘슈퍼루키’ 나성범

입력 2013-11-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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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나성범. 스포츠동아DB

호타준족에 잘 생긴 외모, 성실성으로 주목
여름까지 2할7~8푼 유지하다 타율 하락
신인왕 수상자 이재학 바라보니 부러워
아쉬웠던 오늘 뒤로 하고 밝은 내일 다짐


#2011년 제9구단 NC가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했을 때 타 구단 관계자는 이런 말을 했다. “NC가 운이 좋다. 연세대 나성범은 당장 1라운드에서 다른 팀이 뽑을 만한 선수인데, 2라운드 대상자라서 NC가 뽑을 수 있게 됐다. 정말 행운이다”


#2011년 10월 김경문 감독은 “신생팀에 꼭 필요한 것 중 하나는 이 팀에서 정상급 선수까지 성장하는 프랜차이즈 스타다. ‘타자’ 나성범은 스타가 될 수 있는 많은 가능성을 갖고 있다.”

나성범(24·NC)은 최근 몇 해 가장 주목을 받으며 프로에 데뷔한 신인이다. 2011년 겨울, 프로야구 30주년 기념영상에 김현수(두산), 류현진(당시 한화), 윤석민(KIA) 등 쟁쟁한 스타들과 함께 포함되기도 했다. 2012년 퓨처스리그에서 충분한 가능성을 보였고, 2013년 손바닥 골절로 1개월 늦게 1군에 데뷔했지만 프로 첫 안타와 두 번째 안타를 모두 홈런으로 날리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호쾌한 타격과 빠른 발, 투수 출신다운 레이저 같은 송구에 잘 생긴 얼굴과 성실한 태도까지 두루 갖춰 신인왕을 넘어 차세대 대형스타로 성장하리란 기대를 모았다.

NC에게는 큰 행운이었다. 나성범은 고교 졸업 때 메이저리그에서도 관심을 보였던 대형 좌완투수였다. 프로 지명을 거절하고 대학에 진학하면서 규정상 1라운드 지명대상이 될 수 없어 NC의 품에 안길 수 있었다. “투수보다는 타자로 더 크게 성공할 수 있다”는 김경문 감독의 판단에 따라 과감히 포지션을 바꾼 스토리도 신선했다.

그러나 1군의 벽은 역시 높았다. 2할7푼에서 2할8푼을 유지하던 타율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하던 지난 여름, 나성범은 “프로에서 좌완 원포인트 스페셜리스트를 처음 상대한다. 4번에 (우타자인) 이호준 선배가 있기 때문에 왼손투수가 나 하나만을 상대하기 위해 마운드에 오른다. 그 집중력이 정말 대단하다. 꼭 극복해야 할 점이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올 시즌 나성범은 104경기에서 14홈런 64타점을 기록했다. 신인 두 자릿수 홈런은 2009년 안치홍(KIA) 이후 팀 동료 권희동과 함께 4년 만의 기록이다. 그러나 타율은 0.243에 그쳤다. 신인왕 후보에 올랐지만 10승에 2점대 방어율은 기록한 팀 동료 이재학을 넘기 어려웠다.

나성범은 누구보다 진심으로 이재학의 수상을 축하했다. 그리고 더 진심으로 부러워했다. 4일 신인왕 시상식 직후 NC 배석현 단장이 그에게 “어때? 조금 쓸쓸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그렇지?”라고 하자 살짝 웃으며 답을 대신했었다. 나성범은 “정말 부러웠다. (이)재학이뿐 아니라 각 부문 1위에 올라 트로피를 받는 다른 팀 선배님들의 모습이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가 없었다. 빨리 그 무대에 꼭 오르고 싶다. 꼭!”이라고 다짐했다. ‘슈퍼루키’는 신인왕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큰 배움을 얻은 특별한 1년이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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