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봉의 더 인터뷰] 이재학 “올해 내 성적 100점…자신감 붙어 내년엔 더 잘할 것”

입력 2013-11-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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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이재학의 2013년 목표는 ‘10승과 3점대 방어율’이었다. 그러나 전체 2위, 국내 투수 중 1위를 차지한 2.88의 방어율로 단숨에 리그 정상급 투수로 올라섰고 신인왕까지 거머쥘 수 있었다. 스포츠동아DB

■ 서클체인지업 돌풍 NC 투수 이재학

10승·3점대 방어율·신인왕 목표 초과 달성
내년엔 170이닝 던져 팀 4강 진출 도울 것

사실 슬라이더·투심 잘 안돼 체인지업 주력
카운트잡기·땅볼유도·삼진 세가지 용도 터득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창단 첫 승때
무서웠던 타자는 삼성 채태인…구종 안가려


NC 이재학(23)은 올해 ‘서클체인지업 돌풍’을 일으켰다. 그의 서클체인지업은 올 시즌 전체 투수 가운데 가장 강력한 구종이었다. 타자들이 맥을 추지 못했다. LG 박용택은 “공이 오다가 멈췄다가 떨어지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체인지업으로 무장한 이재학은 결국 10승투수가 됐고, 신인왕도 차지했다. 올해 이재학의 성적은 한마디로 놀라웠다. 방어율 2.88로 전체 2위에 올랐고, 피안타율도 0.221로 2위였다. 이닝당 출루허용(WHIP)에선 당당히 1위(1.17)를 차지했다. 신생팀 NC에 창단 첫 승을 안겼고, 창단 첫 완투와 완봉승도 이재학이 기록했다.


● 올 시즌 내 점수는 100점!


-신인왕을 다시 한번 축하한다.

“네. 감사합니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있어?

“가볍게 훈련해요. 캐치볼 하고 러닝과 체력보강훈련 하고 있어요.”


-12월 되면 쉬지 않나?

“그땐 개인훈련 하죠. 재활센터에서 어깨보강훈련과 하체운동, 복근·배근훈련을 해요.”


-시즌 끝나도 쉴 틈이 없구나.

“겨울에 하는 보강훈련이 중요한 것 같아요. 한 2년 했어요. 차로 치면, 1년 동안 열심히 달린 차를 정비하는 거죠. 몸이 튼튼해야 고장도 안 나고, 밸런스도 맞고, 그래야 공도 가니까요.”


-올해 정말 잘 했다. 네 생각은 어떠냐?

“제 기록을 보고 제가 깜짝 놀라요. ‘와! 진짜 이게 내 기록인가? 내가 던진 게 맞나?’, 그랬어요.”


-어떤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어?

“방어율이요. 2점대잖아요. 올해 제 목표가 10승과 3점대 방어율, 그리고 신인왕이었거든요. 쉽지 않은 목표라고 생각했는데, 다 이루고 방어율은 목표를 넘어섰잖아요. 제가 2점대에 전체 2위를 할 거라고는 진짜 생각도 못했어요.”


-LA 다저스 류현진은 얼마 전에 자신에게 올해 성적 99점을 주더라. 너는 몇 점을 줄 수 있겠니?

“저요? 100점이요. ‘재학아, 올해 정말 잘 했다. 100점이야’, 그렇게 말해주고 싶어요.”


● 던질 공이 체인지업밖에 없었다!


-올해 프로야구를 강타한 체인지업을 이야기해보자. 한마디로 마구더라.

“체인지업을 어느 해보다 많이 던졌어요. 근데 그게 이유가 있어요. 지난해 퓨처스리그(2군)에서 던질 때는 슬라이더와 투심패스트볼이 참 좋았어요. 제 구종이 직구, 슬라이더, 투심, 체인지업인데 문제가 생긴 거예요.”


-어떤 문제가 생긴 거야?

“갑자기 슬라이더와 투심이 생각만큼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체인지업을 많이 던졌어요. 직구 하나, 체인지업 하나, 거의 투피치로 갔죠.”


-타자들한테 물어보면 네 체인지업은 칠 수가 없다는데?

“올해는 체인지업을 세 가지 용도로 던졌어요. 지난해는 삼진 잡을 때 결정구로 많이 썼는데, 올해는 카운트용과 땅볼 유도용, 그리고 삼진이 필요할 때 상황에 맞게 던졌죠.”


-구종 하나를 세 가지 용도로 던진다?

“네. 직구와 체인지업만 던지다보니까 게임을 할수록 터득이 되더라고요. 공을 던지는 순간 강약 조절과 코스 선택을 하게 되고, 떨어지는 폭도 조절할 수 있게 되고요.”


-체인지업을 던질 때 넌 좌우타자 구분하지 않더라. 류현진도 좌타자에게는 체인지업을 잘 못 던지는데.

“전 상관없어요. 좌타자가 좀더 편하긴 하죠. 하지만 우타자가 나와도 좌타자랑 똑같이 생각해요. 우타자한테 맞을까봐 신경 쓰이는 건데, 전 우타자 바깥쪽과 가운데를 보고 던지니까 상관없어요.”


-박용택은 네 체인지업이 오다가 중간에 멈춘다고 하더라. ‘최고’라고 극찬하던데.

“감사합니다. 박용택 선배에게 내년에도 칭찬을 듣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근데 내년에는 올해 잃어버린 슬라이더와 투심을 찾아서 던지려고요. 그래야 체인지업을 좀더 요긴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 권오준 선배의 사진을 보고 시작했다!

-체인지업은 언제부터 던졌어?


“고등학교 1학년 가을이요. 1학년 가을에 대구구장에 갔는데, 권오준(삼성) 선배 사진이 걸려있었어요. 사진 속 그립이 체인지업이더라고요. 그때 본 체인지업 그립으로 다음날부터 연습했죠.”


-체인지업을 던져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사실 제가 중2 때까지는 3루수였어요. 중3 때부터 사이드암투수가 됐죠. 고등학교 때 코치님이 ‘사이드암은 체인지업을 던져야 살 수 있다’고 하셨거든요.”


-잘 되던가?

“아니요. 정말 힘들었어요. 던지면 던지는 대로 땅바닥에 꽂히는 거예요. 포수까지 날아가지도 않고. 또 우타자만 나오면 몸에 맞았어요. 진짜 안 되더라고요. 1년 반 정도 시간이 걸렸던 것 같아요. 2학년 때까지는 별 볼 일 없는 투수였는데, 3학년이 되면서 서클체인지업을 잘 던진다고 칭찬을 듣기 시작했어요.”


-권오준 사진 한 장이 이재학에게 큰 도움을 줬구나. 그때 사진 속의 그립이 직구였다면 어땠을까?

“그때가 체인지업을 처음 배우는 단계여서,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되고 그런 상태였거든요. 권오준 선배 그립을 보면서 ‘그래, 이거다’ 했죠.”


● NC 창단 첫 승! 구름위에서 던졌다!

-올해 기억에 남는 경기를 꼽는다면?


“첫 승이요. 그게 팀 창단 첫 승이었잖아요.”


-6연패하고 7번째 경기에서 이긴 거지?

“네. 창단 첫 승이라는 의미도 컸지만, 야구하고 그런 경기는 처음이었거든요.”


-어떤 다른 의미가 있나?

“긴장을 많이 했나 봐요. 첫 등판이기도 했고, 3년 만에 1군에서 던지는 경기였잖아요. 몸이 구름 위에 떠있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괜찮아! 잘 던질 수 있어. 재학아, 괜찮아’, 계속 그랬어요. 6이닝을 던졌는데, 정말 어떻게 던졌는지 생각도 안 나더라고요.”


-그랬구나. 팀 창단 첫 승도 했지만, 첫 완투, 첫 완봉승도 다 네가 했더라.

“작년부터 ‘창단 첫 승은 내가 하겠다’고 했는데, 근데 그게 진짜 그렇게 됐어요. 첫 완봉 경기는 지금도 짜릿했어요. SK전이었는데, 삼진도 12개나 잡고, 특히 그날은 직구가 좋았어요.”


-9실점한 LG 경기도 생각나겠다.

“그날은 무엇을 던져도 안 되더라고요. 한 이닝에 홈런을 3개나 맞았어요. 근데 단순하게 생각했어요. ‘오늘은 운이 없는 날이다. 다음에 잘 던지면 된다’고 했죠. 다행히 다음 게임 삼성전에서 잘 던졌어요.”


-올해 상대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타자는 누가 있었나?

“채태인(삼성) 선배죠. 직구면 직구, 체인지업이면 체인지업, 다 치는 거예요. 만나면 무서웠어요.”


● 내년 목표는 4강!

-내년 목표는?


“감독님이 ‘내년 목표는 4강’이라고 하셨어요. 선발투수로서 제가 할 수 있는 몫을 해야죠.”


-어떤 목표를 세웠나?

“첫 번째는 170이닝을 던지는 겁니다. 올해 156이닝을 던졌는데, 몸 관리 잘 해서 170이닝을 던지는 거죠. 그리고 두 번째는 10승과 3점대 방어율이요.”


-올해 NC는 생각보다 잘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 시즌을 치러본 소감이 어떤가?

“악몽 같던 4월을 빼면 잘 한 것 같아요.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많이 생겼죠. 팀 전체가 막내팀답게 두려워하지 않고 거침없이 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저도 내년에 거침없이 던질 생각입니다.”


이재학은?

▲생년월일=1990년 10월 4일 ▲키·몸무게=180cm·76kg(우투우타) ▲출신교=옥산초∼경복중∼대구고 ▲프로 지명=2010년 신인드래프트 2차 10라운드 두산 지명·입단(계약금 1억원), 2012년 2차 드래프트로 NC 이적 ▲2013년 연봉=5000만원 ▲2013년 성적=27경기(156이닝) 10승5패1세이브 방어율 2.88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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