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준 총재 “V리그를 더욱 프로답게…관중과 흥행 신경쓰겠다”

입력 2014-05-21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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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색이 나는 일은 아니지만 미래 10년을 위해 유소년배구 발전의 씨앗을 뿌리기로 한 구자준 한국배구연맹(KOVO) 총재. 서울 마포구 상암동 집무실에서 구자준 총재가 공인구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상암|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seven7sola

■ 한국배구연맹 구자준 총재 인터뷰

유소년 배구의 위기 해결 방안 당장 필요
학생들 관심 높인 뒤 엘리트로 육성 추진

아시안게임 성적이 V리그 인기와 직결
전력분석관·인센티브 등 지원·혜택 고려

남자부 8개팀 체제 위해 창단 유도 계획
여자부 외국인 트라이아웃은 준비 단계


구자준 한국배구연맹(KOVO) 총재가 4월29일 제10기 제6차 이사회 및 임시총회에서 3년의 임기를 새로 보장받았다. V리그의 발전을 위해 많은 일을 더 해달라는 각 구단의 뜻이 반영된 만장일치 재추대였다. 10시즌을 넘어선 V리그는 앞으로 어떤 발전을 해야 할까. 지난 14일 서울 마포구 KOVO 사무실에서 구 총재를 만나 V리그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들었다. 이날은 구 총재가 연맹 사무실에 첫 출근을 하는 날이었다.


-먼저 제5대 총재로 재선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지난 총회 때 ▲유소년배구 발전 ▲국제무대에서의 한국배구 위상강화 ▲심판처우 개선과 판정 정확성 확립을 약속하셨습니다. 이 가운데 유소년과 관련해서 먼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지금 현장에서는 유소년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얘기합니다. 10년 뒤 리그에 뛸 선수가 없다고 합니다.

“남자는 그런대로 나은 편이지만 여자는 곧 심각한 상황이 올 것이라고 합니다. 초등학교에서 운동을 하려는 사람이 적습니다. 사회 분위기가 그렇습니다. 그래서 배구를 일상생활화 하는 분위기를 먼저 만들려고 합니다. 일반학생들에게 배구관심을 높이고, 가능성 있는 학생을 엘리트선수로 키우는 두 방향의 유소년배구 발전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필요하지만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더 힘들어집니다. 일본에 갔을 때 보니까 일본은 초등학교 팀도 많고 선수들의 실력은 떨어져도 열심히 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런 분위기가 중요합니다.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지도자도 많이 필요합니다. 그런 부분에서 다양한 지원과 정책을 마련해 실천에 옮길 것입니다. 지금 시작해도 효과는 10년 뒤에 나타나겠지만 꼭 하겠습니다.”

KOVO는 현재 일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34개 학교에서 유소년 배구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참가학교를 해마다 늘릴 예정이다. 엘리트 선수들을 위해서 전국규모 대회(가칭 KOVO 총재컵 유소년 대회)를 신설해 어린 선수들이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장을 마련할 예정이다.


-국제무대에서 한국 배구의 위상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마침 9월에 인천에서 아시안게임이 벌어집니다. 대표팀의 성적이 V리그의 인기와 연결될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어떤 지원책을 가지고 계시는지.

“인천아시안게임은 배구 흥행에 큰 영향을 주고 한국배구를 국제무대에 알리는 좋은 기회입니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서 남자대표팀이 금메달을 딴 뒤 2006∼2007시즌 관중 증가율이 사상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가능한 한 최고의 지원을 할 생각입니다. 전력분석관과 의무트레이너 등 경기력 향상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도 하고 우승혜택으로 인센티브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스포츠정신에는 어긋나지만 잘 하는 선수에게 성과급을 주는 것은 당연합니다. ‘우리 일이다’ 생각하고 적극 협조하겠습니다. 이와 함께 국제무대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사람을 키워내야 하는데 그 일도 대한배구협회와 함께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국제기구에서 한국을 위해 발언하고 영향력을 미치는 심판, 전문가를 만들어야 합니다. 한국배구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국제대회도 유치할 생각입니다.”


-지금 프로야구는 VTR판독과 심판들의 미묘한 판정으로 시끄럽습니다. 배구는 다른 스포츠보다 오심을 줄이는 장치를 많이 가지고는 있지만 그래도 판정논란은 끊이지 않습니다. 해결책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심판 선수 감독 매스미디어 공동책임이라고 봅니다. 심판이 고의로 오심을 하지는 않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실수합니다. 실수를 인정하고 아량을 베푸는 사회 분위기가 먼저 필요합니다. 물론 심판을 교육해 질을 높이는 작업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처우도 개선하고 프로선수 출신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 심판 문호를 개방해 자질을 높이는 작업도 병행할 생각입니다. 최근 필리핀에서 벌어지는 국제대회에 다녀왔는데 심판이 판정하면 어느 팀도 항의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모션이 나오면 즉시 옐로카드가 나왔습니다. 우리도 그런 모습을 받아들였으면 합니다.”


-7개 구단 체제는 일정으로도 그렇고 불완전한데 언젠가는 8개 구단 체제로 가야하지 않을까요?


“동의합니다. 남자부는 8개 팀으로 늘려 리그를 운영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실현될 수 있게 계속 노력할 것입니다. 팀 창단에 관심을 표시한 기업이 몇몇 있습니다. 관심으로만 끝나지 않게 연맹에서 창단을 유도하는 지원체계를 마련할 것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팀 창단보다 경기의 수준을 높이는 일입니다. 리그의 재미와 팬들의 흥미를 높일 수 있는 경기력 향상을 위해서는 원활한 선수수급 시스템이 함께 발전해야 합니다. 지금의 아마추어 팀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래서 유소년배구 인프라 확대가 시급합니다.”


-10번째 시즌을 마친 V리그는 아직도 말만 프로지 실업배구의 흔적이 여기저기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제도개선을 통해 시급히 바꿔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말은 프로라고 하지만 아직 완전한 프로페셔널은 아니라고 봅니다. 전통이 필요합니다. 가장 성숙한 프로 비즈니스 단계까지 가기 위해서는 인프라를 갖춰야 하고 사람들이 전문화 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 먼저 KOVO부터 각성하고 전문화 하겠습니다. 프로답게 ▲관중에 먼저 신경 쓰고 ▲선수의 기량을 끌어올리는 관리방법을 찾고 ▲흥행을 위해 더 혁신적인 뭔가를 생각해내야 합니다. 부족한 것은 사실이고 시간이 필요합니다.”


-올해 여자는 유망한 신인들이 들어올 예정이지만 그래도 선수부족 현상이 심각합니다. 혹시 여자부는 아시아쿼터를 이용해 태국이나 중국 일본 선수들에게 문호를 개방할 의향은 가지고 계시는지. 또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언제쯤 가능할 것인지 궁금합니다.

“트라이아웃은 외국인선수에게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고 특정 선수에게만 공격이 집중되는 배구를 막는 효과가 있다고 봅니다. 농구와 배구는 비슷한 측면이 많습니다. 프로농구는 NBA나 WNBA 아래 단계의 선수를 데려와 경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V리그는 타이거 우즈 같은 선수가 우리 선수와 함께 뛰고 있습니다. 우리 선수와 기량차이가 큽니다. 그 해결방법이 트라이아웃인데 여자부는 준비 단계입니다. 구체적인 조건과 실행 안을 조율하고 있습니다. 이르면 2015년부터 실행할 수 있습니다. 아시아쿼터는 쉽게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축구 등의 사례를 보고 있는데 배구는 6∼7명이 경기를 합니다. 여기에 1∼2명이 들어서면 우리 선수들이 들어설 곳이 너무 없어집니다. 일본 중국과의 리그 교류 아이디어도 나오지만 각 리그의 실력 차가 어느 정도인지 우선 검토해야 합니다. 그보다는 월드리그 아시아클럽선수권대회 같은 국제대회에 참가해 더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난해 스포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총재님께서는 우리 배구에 뭔가를 남기는 사람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이번 3년 동안은 어떤 총재로 기억되셨으면 하시는지요.

“유소년 배구의 기틀을 닦았고 배구를 국제화하는데 기여했다는 말을 듣고 싶습니다. 결과는 나중에 나오겠지만 이런 기틀을 잘 만들었다는 얘기를 들었으면 합니다. 가능하다면 임기 내에 꼭 국제대회를 유치해 노하우를 배우고 싶습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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