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플러스] 이승엽 “내 앞타자를 거르다니…자존심 상했다”

입력 2014-05-22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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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승엽이 21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롯데전에서 3-4로 뒤진 5회말 2사 1·3루에서 우월 3점홈런을 날리며 공의 궤적을 쫓고 있다. 앞서 이승엽은 4회에도 솔로포를 날려 이날 연타석 홈런을 기록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삼성 이승엽

롯데전 솔로·스리런…11년만의 연타석포

고의4구는 양날의 검이다. 1점도 안 주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펴는 작전이지만 실패하면 대량실점이라는 재앙으로 돌아온다.

롯데 김시진 감독은 4-3으로 1점차 살얼음 리드를 가져가던 5회말 2사 3루에서 선발 장원준에게 고의4구를 지시했다. 타석에는 박석민이 있었다. 박석민은 전날 롯데전에서 결정적 3점홈런을 터뜨렸고, 21일 1회에도 1타점 중전 적시타를 터뜨렸다. 게다가 장원준은 좌투수인데 박석민은 우타자였기에 좌우 매치업을 중시하는 김 감독은 고의4구가 합리적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단 1점도 주지 않고 1점차 리드를 이어가려던 김 감독의 고의4구 작전은 다음타자와의 승부에 따라 성패가 갈릴 수밖에 없다. 역전 주자를 1루에 내보내는 위험을 감수하고 롯데 벤치가 선택한 타자는 이승엽(38)이었다. 전성기의 이승엽이라면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인생무상’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이승엽이 4회 직전 타석에서 1점홈런을 터뜨렸기에 더욱 의외였다.

2사 1·3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이승엽은 조용히 입술을 깨물었다. 초구 변화구 스트라이크를 보낸 다음 공 3개를 골라냈다. ‘이승엽을 볼넷으로 내보내면 고의4구를 한 보람이 없어진다. 역전주자를 득점권인 2루로 보낼 순 없다’는 걱정이 장원준-강민호 배터리의 머릿속을 지배한 순간이었다. 결국 롯데 배터리는 시속 120km 커브를 한가운데에 넣으려 했다. 그 순간 이승엽의 방망이가 부드럽고 간결하게, 그리고 단호하게 돌았다. 롯데 우익수 손아섭이 필사적으로 달려갔으나 아무리 수비 잘하는 그일지라도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공을 잡아낼 순 없었다.

점수는 순식간에 6-4로 반전됐고, 삼성의 제2홈구장인 포항구장은 함성으로 뒤덮였다. 시즌 56홈런을 기록한 2003년 6월22일 대구 SK전 이후 3986일 만에 터진 연타석 홈런이었다. 이승엽의 개인 통산 20번째 연타석 홈런이기도 했다.

포항|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


● 이승엽= (앞 타자 박석민을) 거를 때 자존심 상했다. 워낙 석민이가 잘 맞은 것도 있었고, (좌완 장원준이) 왼손타자인 나를 택한 것 같은데 무조건 쳐야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일본에서는 몇 번 있었는데 한국에서는 처음 겪는 일이라 오기가 생겨 안타든 뭐든 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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