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석 “강속구는 치기보다 잡는게 무서워요”

입력 2014-07-14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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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중한 몸에 매달린 프로텍터가 터질 듯 어색하다. 그러나 롯데 최준석은 12일 광주 KIA전에서 9년 만에 포수로 앉은 선수라고는 믿어지지 않게 도루 저지까지 해내며 맹활약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최준석, KIA전 9년 만에 포수로 투입
149km 공 척척 잡아내고 도루도 막아


12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롯데-KIA 경기 9회말 1사. 8회 머리에 공을 맞은 강민호가 수비 도중 결국 교체됐다. 롯데는 이미 용덕한이 교체된 상황, 강민호는 최준석에게 자신의 프로텍터를 건네며 “형, 사인 다 알죠?”라고 말했다. 9년 전 포수 경력으로 응급 투입된 최준석은 “내가 포수가 아닌데 사인을 어떻게 아냐?”라며 황급히 투수 강영식에게 뛰어갔다.

모두가 불안한 시선으로 마스크를 쓴 최준석을 바라봤다. 경기는 11회말까지 이어졌고 최준석은 공 50개를 받았다.

‘포수 최준석’에 대해 상대 팀 KIA 선동열 감독은 “9년 만에 포수 출장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송구도 그렇고 정말 잘 하더라”며 극찬했다. 최준석이 주전급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정도로 맹활약하자 KIA 팬들은 놀라워했고 롯데 팬들은 열광했다. 10회말 ‘대도’ 김주찬의 도루를 잡아내는 장면은 백미였다. 타자 박기남이 도루를 돕기 위해 크게 헛스윙까지 한 상황이었지만 간결하고 빠른 정확한 송구였다.

13일 타격훈련을 마친 최준석은 “솔직히 프로텍터가 너무 작아서 갑갑해 죽는 줄 알았다”고 고백해 큰 웃음부터 줬다.

사실 포수 미트는 최준석에게 애증의 물건이었다. 2001년 투수로 롯데에 입단한 최준석은 포수로 포지션을 바꿨다. 그리고 2005년까지 포수로 뛰었다. 그는 “포지션을 바꾼 후 혹시 미련이 남을까, 아쉬움을 계속 느껴질까 봐 미트에 손도 대지 않았다. ‘이제 타격만으로 프로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그런 절박함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포수는 매우 특수한 포지션이다. 1987년 해태 시절 롯데전에서 갑자기 포수로 교체된 백인호 현 KIA 수비코치는 마운드에 있던 선동열 감독에게 “슬라이더는 못 잡겠다. 직구만 던져달라”고 말한 일화도 남아있다.

그러나 최준석은 강영식의 변화구도, 최대성의 149km 강속구도 척척 잡아냈다. 그는 “강속구는 타석에 있을 때 보다 훨씬 무섭더라. 도루 저지는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난 것 같다. 뛰기에 던졌는데 어떻게 했는지 기억도 안 난다”고 웃으며 “변화구는 ‘치는 것 보다 받는 것이 쉽다’고 생각했다. 용덕한 선배에게 덕아웃에서 사인을 내달라고 부탁했다. 아직 변화구를 잡는 감각이 조금은 남아있었나 보다. 최대성의 공은 손가락이 부러지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치열한 접전이 이어지고 있는 올 시즌 각 팀은 응급상황 포수, 투수가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롯데는 이날 리그 최고의 ‘제3의 포수’를 확인했다. 최준석은 ‘다시 마스크를 써야 하는 경기가 또 있을 수 있다’는 질문에 “프로선수는 팀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자신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배웠다. 포수는 물론, 투수, 대주자도 나가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한편 롯데 김시진 감독은 13일 선수보호 차원에서 강민호를 1군 엔트리에서 제외하고 김사훈을 올렸다.

광주|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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