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민 지명양도…‘슈퍼 FA’ 탄생하나

입력 2014-09-01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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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복귀? ML 잔류? 선택의 기로

10일내 ML 타구단 콜 없으면 FA 신분
국내 컴백할 땐 당장 10승 가능한 투수
KIA 외 신생팀 kt 등 영입 경쟁 가능성
볼티모어서 ML 도전 계속할지 여부 관건

볼티모어 오리올스 산하 트리플A에서 활약하고 있는 윤석민(28)은 한국프로야구에서 많은 것을 상징하고 있는 투수다. 순수 한국프로야구 출신으로 일본을 경유하지 않고 류현진(27·LA 다저스)에 이어 두 번째로 메이저리그에 직행한 주인공이다. 또한 한국에서 9시즌을 던지며 스스로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획득한 후 미국에 직행한 첫 번째 주인공이기도 하다. 류현진과 윤석민은 한국프로야구도 빅리거를 배출할 수 있다는 성공사례를 보여준 매우 의미 있는 사례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선수가 되는 길은 역시 녹록치 않은 듯하다. 미국 볼티모어 지역언론인 볼티모어 선은 31일(한국시간) ‘볼티모어가 트리플A 노포크 타이즈에서 뛰고 있는 윤석민을 40인 로스터에서 제외하고 지명양도(Designated for assignment) 조치를 했다’고 보도했다. 당장 한국프로야구가 들썩거릴 수 있는 소식이다. 윤석민은 규정상 ‘지명양도 공시’ 후 10일 안에 타 구단으로 트레이드가 진행되지 않으면 마이너리그행을 받아들이거나 자유계약선수(FA)가 될 수 있다. 윤석민은 과연 어디로 갈까.


● 볼티모어, 윤석민 지명양도 조치 왜?

윤석민은 지난겨울 미국 진출을 노리며 FA 선언을 했지만 미국 팀과 계약이 늦어져 정상적인 동계훈련을 하지 못했다. 투구 폼에도 손을 댔다. 체력훈련이 부족했고 기술적인 완성도가 떨어진 상태에서 전혀 환경이 다른 새 리그에 적응해야 했다.

성적이 나쁠 수밖에 없었다. 8월 31일 현재 올 시즌 노포크 타이즈 유니폼을 입고 트리플A 인터내셔널리그에서 22경기(선발 17경기)에 등판했는데 3승8패, 방어율 5.56을 기록했다. 90.2이닝 동안 118안타, 13홈런을 허용했다. 볼넷은 24개 내줬고, 삼진은 64개를 잡았다. 피안타율은 0.317로 매우 높았고 이닝당 출루허용수(WHIP)는 1.57에 달했다.

올 시즌 성적 부진의 가장 큰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선 구위 자체가 전성기에 비해 훨씬 떨어졌다. 시속 150km 안팎의 강속구를 회복하지 못하면서 시속 140km대 초반의 고속 슬라이더 또한 힘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볼티모어는 올 시즌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1위를 달리고 있다.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이날 윤석민과 내야수 코드 펠프스를 40인 로스터에서 제외하며 지명양도 조치를 취한 것이었다. 실제로 이날 볼티모어는 1대2 트레이드를 통해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외야수 알레한드로 데 아사를 영입했고, 보스턴과도 2대2 트레이드를 통해 3루수 켈리 존슨과 마이너리그 내야수 마이클 알만사르를 영입했다. 결국 당장 메이저리그에서 필요하지 않지만 40인 로스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윤석민과 펠프스를 빼는 작업을 동시에 진행한 것이다.


● 윤석민에게 아직 빅리그 기회는 있다?

일부에서 ‘방출대기’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윤석민의 현재 신분이 지나치게 비관적인 상태는 아니다. 스스로도 국내 복귀보다는 어렸을 때부터 꿈꿨던 메이저리그에 대한 도전을 계속하려고 하는 열망이 크다.

아직 볼티모어와 맺은 3년 계약(보장금액 557만5000달러)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번 조치로 구단이 윤석민을 다른 팀에 뺏길 수 없는 보호권리가 사라졌을 뿐이다. 물론 앞으로 10일 이내에 다른 팀에서 윤석민을 영입하겠다고 나선다면 이적을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올 시즌 윤석민의 구위와 성적, 연봉을 고려하면 성사 가능성은 낮다.

KIA 오현표 운영실장은 31일 윤석민과 연락을 취했다. 고졸신인 윤석민을 영입할 때부터 실무자였고 오랜 기간 함께 한 인연, 그리고 옛 소속팀의 운영 책임자로서 의무였다. 오 실장은 “윤석민이 낙담하거나 동요하는 그런 느낌은 없었다. ‘볼티모어에서 아직 기회가 남아있다’고 했다”고 밝혔다. 올해 다른 팀으로 이적하지 않는다면 내년 스프링캠프에서 다시 한번 빅리그 승격 도전의 기회가 있다는 뜻이다.


● 국내 복귀 가능성은?

만약 올 시즌 후 국내 무대 복귀를 선언할 경우 어떻게 될까. 규약상 윤석민은 류현진, 오승환(한신)과 달리 국내로 돌아올 경우 완전한 FA 자격을 갖는다. 과거 이혜천과 두산의 이면계약 문제점이 보도된 후 규정이 바뀌어 이제 해외에서 복귀한 FA 선수의 다년계약도 가능해졌다. 원소속팀인 KIA는 물론 신생팀 kt까지 10개구단과 모두 계약이 가능한 신분이다. KIA 외에 타 구단에서 윤석민을 영입할 경우 보호선수 20인 외 보상선수 혹은 보상금액을 KIA에 지급해야하지만, 신생팀 kt는 보상선수 없이 영입이 가능하다.

윤석민이 비록 올 시즌 부진한 성적을 남겼지만 올 시즌 한국프로야구는 타고투저가 극심해지면서 투수의 몸값이 치솟을 가능성이 크다. 윤석민이 충실히 동계훈련을 하고 구위를 회복한다면 당장 10승 이상이 가능한 매력적인 카드다. 신인 때부터 뛰었던 KIA는 물론, 투수로 절정기를 함께한 조범현 감독이 있는 kt 등이 금전적인 부분을 제외하고 윤석민에게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낼 수 있는 팀이다. 투수력이 부족한 다른 팀에서도 윤석민 영입전에 뛰어들 수 있다.


지명양도(Designated for assignment)

메이저리그 계약상의 용어로, 메이저리그 40인 보호선수 로스터에서 제외되는 것을 말한다. 당장 빅리그에서 필요 없는 선수에게 취해지는 조치로, 지명양도 공시 후 10일 안에 영입을 원하는 팀이 나타나지 않으면 선수는 해당 구단의 마이너리그행 지시를 받아들이거나,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자유계약선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지명양도 조치가 내려지면 ‘방출대기’ 신분에 놓인다고 볼 수도 있다. 물론 지명양도 조치 후 10일 이후에 해당 구단의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복귀할 수도 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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