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 몰아치기’ 기적의 카운트다운

입력 2014-09-11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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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 시즌 48호…이승엽 56호도 넘어설까

4일 4홈런 등 최근 두 차례 연속경기 홈런 상승세
12경기 남아 산술적으론 53홈런…몰아치기 변수
116경기 48호, 이승엽 108경기 50호 페이스 비슷
시즌 중반 슬럼프 딛고 최고의 시즌 더 값진 도전

10일 한화전 2안타 1득점 V 선봉

2014년 박병호 vs 2003년 이승엽, 과연 누가 더 셀까. 넥센의 박병호(28)는 이승엽(38)이 2003년 기록한 당시 아시아 홈런 신기록 56홈런을 넘어설 수 있을까.

박병호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박병호는 10일 목동 한화전에서 4타수 2안타 1득점하며 팀의 4-2 승리를 이끌었다. 비록 3연속경기 홈런과 타점 생산에는 실패했지만 선취점 등 9월의 가파른 상승세를 유지했다. 박병호는 9월 6경기에서 7홈런을 때리며 48홈런을 기록했다. 이 부문 단독 선두. 산술적으론 53홈런이 가능하지만 최근 페이스만 놓고 본다면 그 이상의 기록도 기대해볼 만하다. 바로 이승엽이 2003년 삼성 시절 기록한 56홈런이 그것이다. 박병호는 지금 전설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


● ‘기록 또 기록’, 또 다른 전설로 향하다

박병호가 거푸 신기록을 쏟아내고 있다. 4일 목동 넥센전에서 4홈런을 몰아치며 박경완(SK 2군 감독)이 2000년 현대 시절 세운 한 경기 4홈런 기록을 14년 만에 따라잡았다. 프로야구 33년 역사상 역대 2번째 한 경기 4홈런의 대기록. 10일 경기에서 홈런과 타점 모두 주춤했지만 최근 흐름은 좋다. 3연속경기 홈런(8월 31일∼9월 5일)과 2연속경기 홈런(7∼9일)을 때리며 대기록에 한발 더 다가섰다. 그는 “마음을 비웠더니 신기하게 홈런이 터져 나온다”고 말하며 매 순간 승부에 집중한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작년 좋았을 때의 타격 메커니즘을 찾았다. 홈런 50개는 무조건 친다. 앞으로 몇 개를 더 칠지가 관건”이라며 은근히 꿈의 56홈런을 기대했다.

역대 50홈런은 모두 3차례. 이승엽(1999년 54홈런, 2003년 56홈런)과 심정수(2003년 53홈런)가 각각 2차례와 1차례 기록했다. 그리고 그 후 11년 만에 박병호가 대기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넥센의 남은 경기는 12경기. 산술적으로 53홈런이 예상되지만 탁월한 파워와 배트스피드, 몰아치기 능력을 두루 갖추고 있어 56홈런기록 경신도 허황된 꿈은 아니다.

타점에서도 개인 최다기록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10일 현재 111타점을 기록하며 작년 128경기에서 기록한 117타점에 6개차로 다가섰다. 4홈런을 몰아친 4일 경기에서 100타점을 돌파하며 역대 12번째 100타점-100득점 고지를 밟았다. 이승엽(1997∼1999), 타이론 우즈(전 두산·1998∼2001), 이대호(전 롯데·2009∼2011)에 이어 역대 4번째 3년 연속 100타점. 9월에만 14타점을 몰아치며 개인 최다타점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 악재 속 최고 시즌을 만들다

박병호는 올 시즌 줄곧 홈런을 생산하며 50홈런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 5월에만 14개의 홈런을 몰아쳤고, 6월 초까지만 해도 팀이 치른 55경기에서 26홈런을 때려냈다. 56홈런을 때린 2003년의 이승엽과 줄곧 비교됐다. 하지만 지나친 관심이 독이 됐을까. 잦은 부진에 빠지면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대표적인 예가 29홈런에서 멈춘 지독한 ‘아홉수’였다. 6월 27일 잠실 두산전 이후 7월 10일 청주 한화전까지 11경기에서 침묵하며 30홈런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타율 0.150-2타점, 15삼진으로 깊은 슬럼프에 빠졌다. 선발에서 제외되며 3시즌 째 이어가던 연속경기 선발출전기록이 339경기에서 멈춰서기도 했다. 하지만 마음의 짐을 던 박병호는 7월 11일 목동 NC전에서 대타로 출전해 30홈런을 날렸다.

타점도 남모를 고민거리였다. 5월까지 20홈런을 때리며 선두를 굳게 지켰지만 38타점으로 순위가 한참 밑 돌았다. 득점권 타율이 0.250에 그칠 정도로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이 때문에 홈런순도의 논란도 있었다. 헛스윙이 많아졌고 삼진도 작년보다 크게 늘어났다. 2년 연속 프로야구 최우수선수(MVP)를 받으며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타자로 입지를 굳혔지만 올 시즌 어느 때보다 유별난 ‘성장통’을 겪었다. 염 감독은 “올 시즌 잦은 슬럼프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어려움을 다 이겨내면서 여기까지 왔다. 지난 2년간 순탄한 길을 걸었다면 올해는 힘들었던 시즌을 최고의 시즌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톱클래스로 한 단계 성장했다. 내년에는 더욱 탄탄한 선수가 될 것이다”고 칭찬했다.


목동|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angjun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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