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환-김강민(오른쪽). 스포츠동아DB
마침 옆에 후배 유격수 김성현과 외야수 이명기가 있었는데 나주환의 좋은 먹잇감(?)이 됐다. 나주환은 김성현을 향해 “한국프로야구 유격수 중 최소 도루 선수일 것”이라고 놀렸다. 김성현이 “아파서 많이 출장을 못해서 그렇지 꾸준히만 나가면 20도루는 할 수 있다”라고 하자 나주환은 “너, 도루 실패가 몇 갠대?”라고 맞받았다. 김성현은 5개의 도루를 성공했으나 3차례의 실패가 있어 성공률마저 높지 않다.
의기양양해진 나주환은 이번엔 이명기를 겨냥해 “한국프로야구에서 1번타자 중 최소 도루 선수일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말수가 적은 이명기가 웃기만 하자 “1번타자가 8도루가 전부라는 것은 센스가 없다는 것”이라고 익살맞게 공격했다. 살짝 발끈한 이명기가 “오늘 도루 2개를 하겠다”고 하자 나주환은 더 신이 났다.
사실 누구의 발이 가장 빠른지를 놓고 선후배들끼리 입씨름이 붙었는데 밀리게 된 나주환이 도루를 들먹이며 전세를 뒤집은 것이다. 그러나 나주환의 ‘3분 천하’도 지나가는 김강민이 나타나자 종말을 고했다. 김강민은 “너희들 셋 도루 다 합쳐서 23개야? 어떻게 나 1명한테도 안 되냐”라고 말하자 셋은 할 말이 없어졌다. 김강민은 32개의 도루로 조동화(35개)에 이어 팀 2위였다. 김강민, 조동화만 없으면 SK의 도루 3인자인 나주환으로선 하필 기세가 올라갈 때 김강민이 나타난 것이 ‘불운’일 따름이었다.
문학|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