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트랙] 기억하나요? 역대 투수들의 타격 명장면

입력 2015-05-1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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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타자제도를 채택하는 KBO리그에선 투수의 타격 장면을 쉽게 볼 수 없다. 한화 마무리 권혁은 17일 대전 넥센전에서 6-6으로 맞선 9회말 2사 만루서 헬멧을 쓰고 타석에 들어서 아쉽게 삼진을 당했다. 한화가 야수 엔트리를 모두 소진하고 지명타자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 권혁 9회말 첫 타석 긴장감 백배

송진우 2001년 6월, 투수 유일 끝내기안타
1984년 최동원 동점 상황서 2타점 2루타

17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넥센-한화전은 여러모로 볼거리가 많았던 흥미진진한 경기였다. 클라이맥스는 누가 뭐래도 6-6 동점이던 9회말 2사 만루서 한화 투수 권혁이 헬멧을 쓰고 타석에 들어선 장면. 한화가 0-6으로 뒤지던 경기를 필사적으로 따라붙는 과정에서 야수 엔트리를 모두 소진하고, 9회초 지명타자 최진행을 좌익수로 보내면서 지명타자를 포기했기에 규정상 투수가 타석에 설 수밖에 없었다. 권혁은 볼카운트 3B-2S서 6구째 한가운데 직구에 배트를 휘둘러 파울을 쳐내 한화 김성근 감독까지 본능적으로 손뼉을 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는 7구째 직구에 루킹 삼진으로 끝났지만, 이 장면은 야구팬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듯하다. 한화 투수가 타석에 선 장면은 이달 들어서만 벌써 두 번째다. 1일 대전 롯데전에서 7-5로 앞선 7회초 2사 후 마운드에 올랐던 박정진이 7회말 타석에 등장해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지만, 야구팬들에게 이색적인 즐거움을 선사했다.

지명타자 제도를 채택하는 KBO리그에서 투수가 타격하는 장면은 쉽게 볼 수 없다. 그래서 이따금 투수가 헬멧을 쓰고 배트를 어깨에 짊어지고 타석에 서는 것 자체가 생소하고 흥미롭다. 가끔씩은 누구도 예상 못한 결과를 내기도 한다. 야구팬들의 추억에 남아있을 법한 투수의 타격 명장면을 되돌아본다.


● ‘전설의 투수’ 최동원과 선동열의 안타

원년인 1982년, 해태 김성한은 3할 타율(0.305)과 10승 투수로 투타에서 맹활약했다. 2차례나 한 경기에서 결승타(당시 승리타점)와 승리투수를 동시에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순수 투수로만 따지면 승리투수와 결승타를 동시에 기록한 최초의 선수는 고(故) 최동원이라고 할 수 있다. 1984년 8월 16일 구덕구장에서 열린 MBC 청룡전. 1-1 동점이던 8회말 1사 만루서 롯데 최동원은 상대 에이스 하기룡에게서 2타점 우월2루타를 빼앗아 팀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최동원은 통산 1타수 1안타를 기록해 ‘10할 타자’로 남아있다.

선동열도 해태 시절 안타를 남겼다. 1988년 7월 21일 광주 빙그레전에서 1-1 동점인 9회말 2사 후 한용덕을 상대로 우전안타를 때렸다. 그러나 6회부터 김정수를 구원등판해 무실점으로 역투하던 선동열은 연장 13회초 고원부에게 시즌 첫 홈런을 맞고 패전투수가 되고 말았다. KBO리그 통산 4타수 1안타(0.250)를 기록했다. 선동열은 훗날 일본 주니치에 입단해 1999년 7월 22일 도쿄돔에서 열린 요미우리전 9회초 무사 1·2루서 좌중간을 가르는 2타점 2루타를 날리기도 했다.

OB 윤석환은 1985년 6월 9일 삼성전에서 권영호를 상대로 2타점 2루타를 날린 뒤 세이브까지 챙겼고, 한용덕은 빙그레 시절이던 1992년 4월 19일 태평양전에서 정명원에게 1타점 적시타를 뽑아내며 완투승을 올렸다.


● 임창용의 2타점 2루타, 송진우의 끝내기안타

임창용은 해태 시절인 1998년 4월 27일 OB(현 두산)전에서 4-2로 앞선 9회초 2사 1·2루서 상대 마무리 진필중을 맞아 2타점 좌월2루타를 기록한 뒤 세이브를 올렸다. 삼성 시절이던 2007년 8월 18일 LG전에선 대주자로 나서서 강봉규의 희생플라이 때 결승득점을 올리기도 했다. 한화 송진우는 2001년 6월 3일 청주 LG전서 7-7 동점인 9회말 1사 2·3루서 그해 최고 투수 신윤호를 상대로 끝내기 우전안타를 날렸다. 그것도 대타로 나선 뒤였다. 지금까지 유일한 투수의 끝내기안타다.


● 김광현 밀어내기 볼넷, 조현근 2타점 3루타!

SK 김광현은 신인 시절이던 2007년 8월 30일 수원 현대전에서 밀어내기 볼넷으로 타점을 올려 화제를 모았다. 1-4로 뒤진 9회초 2사 만루서 김원형 타석이 되자 방망이 감각이 살아있는 그가 대타로 등장해 조용훈으로부터 밀어내기 볼넷을 기록했다.

이밖에도 타격에 소질이 있는 투수는 제법 있었다. LG 서승화는 통산 8타수 3안타(0.375)를 기록했고, 두산 조현근(현 삼성)은 2005년 6월 7일 대구 삼성전에서 7-1로 앞선 9회초 2사 1·2루서 대타로 나서 2타점 3루타를 때려 화제를 모았다. 두산 임태훈은 2007년 5월 11일 한화전 8회 안타를 뽑아내며 4이닝 무실점으로 데뷔 첫 승을 올리기도 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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