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양상문 감독. 스포츠동아DB
선수들 자율훈련 열의…부족한 부분 보완
강제적 야간학습은 취소됐다. 그랬더니 선수들이 야간자율학습을 시작했다.
LG가 달라진 분위기로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있다. LG 양상문 감독(사진)은 미국 애리조나로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 “캠프에서 야간훈련은 없다”고 선언했다.
대부분의 스프링캠프는 오전부터 밤까지 훈련 스케줄로 꽉 차있다. 시즌에 돌입해서도 훈련은 진행되지만, 이는 기술향상보다 컨디션 유지를 위해서다. 작전수행과 수비를 위해 손발을 맞추거나,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기량을 끌어올릴 수 있는 시간은 1월 중순부터 약 한 달 보름간 진행되는 스프링트레이닝밖에 없다.
그러나 양 감독은 선수들에게 저녁식사 후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유가 있다. 양 감독은 “선수들이 캠프에 가면 코칭스태프에게 뭔가 보여주려고 무리하다가 정작 보여줘야 할 시즌에 힘이 떨어지는 경우를 종종 봤다. 시간이 짧다고 훈련강도가 약한 게 아니기 때문에, 전지훈련에서 시범경기와 정규시즌에 쏟아 부을 체력까지 다 소진하지 않도록 조절해주려고 한다”며 “지난해 일본 고치에서 진행된 마무리훈련에서도 야간훈련을 없애봤더니 선수들이 강한 훈련으로 인해 지친 몸을 다음날 회복해서 돌아왔다. 그게 더 효율적이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LG의 스프링캠프에는 공식적인 야간훈련이 없다. 그러나 선수들의 일과표에는 ‘야간자율훈련’이 생겼다. 양 감독은 “시키지도 않았는데 선수들이 알아서 훈련을 하더라. 타자들은 호텔에서 스윙을 하고, 투수들은 웨이트트레이닝실에서 보강훈련을 한다”고 귀띔했다. “훈련은 양이나 시간이 문제가 아니다. 이 훈련을 왜 해야 하는지 선수 스스로 깨닫고 해야 진짜 자기 것이 된다”는 양 감독의 의도를 선수들이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듯하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