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스 vs 오리온…4강 PO 지략전쟁

입력 2016-03-03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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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스 유재학 감독-오리온 추일승 감(오른쪽). 스포츠동아DB

■ 9년 만에 챔프 길목서 만난 모비스 유재학-오리온 추일승 감독

기아 입단 동기·공부하는 감독 닮은꼴
9년전 챔프전 유감독 우승 후 승승장구
추감독 “이번에 유감독이 양보할 차례”

2006∼2007시즌 남자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에선 두 남자가 지략 대결을 펼쳤다. 7차전까지 간 접전 끝에 한 남자는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이후 첫 우승의 기쁨을 누린 반면, 다른 한 남자는 아쉬움을 삼켜야만 했다. 당시 40대 초반의 ‘젊은 지도자’였던 둘은 9년의 시간이 흘러 50대 중년이 돼 8일부터 시작되는 ‘2015∼2016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PO·5전3승제)에서 다시 만난다. 53세 동갑내기 유재학 감독(모비스)과 추일승 감독(오리온스)이다.


9년의 시간, 명장이 된 유재학-도전자 추일승

모비스를 이끌고 있는 유 감독은 팀에 2006∼2007시즌 통합우승을 안긴 이후 승승장구했다. 2006∼2007시즌을 시작으로 지난 9시즌 동안 무려 5차례나 챔피언 결정전 정상에 올랐다. 2012∼2013시즌부터 2014∼2015시즌까지는 남자프로농구 최초로 3시즌 연속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2014인천아시안게임에선 남자농구대표팀을 금메달로 이끌기도 했다. 감독 커리어만 놓고 볼 때 그보다 많은 업적을 쌓은 프로농구 지도자는 없다.

9시즌 전 아쉽게 정상에서 물러난 추 감독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2006∼2007시즌 KTF(현kt)를 챔피언 결정전으로 이끌었지만, 다음 시즌 성적 부진으로 자리에서 물러나 2년간 야인생활을 했다. 2011∼2012시즌부터 오리온 지휘봉을 잡은 그는 5시즌 중 4시즌이나 팀을 PO에 올려놓았지만 정상과는 거리가 있었다.

9년 전 두 감독은 모두 첫 우승을 꿈꾸는 도전자였지만, 현재는 정상에 있는 유 감독에게 추 감독이 도전하는 형국이다. 추 감독은 “유 감독이 이제는 (우승을) 양보할 때가 됐다”며 9년 전 패배에 대한 설욕 의지를 드러냈다.


● 서로 존중하는 ‘기아 동기’의 맞대결


유 감독과 추 감독은 동갑내기이자 1986년 실업팀 기아산업 입단 동기다. 서로를 ‘친구’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자주 연락을 주고받거나 따로 식사를 하는 사이는 아니다. 그러나 각자의 노력과 농구에 대한 철학에 대해선 서로 인정한다. 실제로 둘은 가장 많이 연구하는 지도자로 잘 알려져 있다. 농구는 감독의 능력이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치는 종목이다. 게다가 KBL에선 과거 농구대잔치 시절에 비해 특출한 능력을 지닌 선수가 줄어들면서 감독들의 영향력이 더 커지는 추세다. 따라서 프로농구 무대에서 능력을 인정받아온 ‘기아 동기’ 감독들의 이번 격돌은 ‘지략대결’의 장이 될 전망이다.

두 감독 모두 ‘기본’을 최우선으로 내세웠다. 추 감독은 “서로를 잘 알기 때문에 더 재미있는 시리즈가 될 것이다. 모비스는 특정선수보다는 잘 짜여진 조직력으로 승부를 하는 팀이다. 그럴수록 우리가 더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감독은 “오리온이 시즌 초반 잘할 때의 경기력을 되찾은 것 같다. 흠잡을 데 없는 경기를 하더라. 우리는 하던 대로만 하면 된다. 누가 특별히 잘해주기보다 기본만 해줘도 충분히 해볼 만한 경기가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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