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윤규진. 사진|스포츠동아DB
윤규진은 2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전에 선발등판해 5.1이닝 동안 7안타 3볼넷 3실점을 기록하며 팀의 12-6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초반 여러 차례 위기에 몰렸지만 슬기롭게 헤쳐 나오면서 끝까지 무너지지 않았다. 그 덕분에 팀은 승리의 페달을 밟을 수 있었다.
이날 승리는 팀이나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었다. 한화는 전날 kt전에서 모든 전력을 쏟아 붓고도 9회말 윤요섭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고 충격의 패배를 당했다. 이날마저 패했다면 주간성적 1승5패로 자칫 5강 싸움에서 밀려날 수도 있는 분위기였다. 지난해 10월3일 이후 수원 7연패 끝. 아울러 이날 LG에 패한 5위 KIA에 3.5게임차로 따라붙어 다시 가을잔치에 대한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
윤규진은 시즌 5승(5패)째를 수확했다. 7월10일 대전 삼성전(5이닝 5실점)에서 시즌 4승을 거둔 뒤 42일 만에 맛본 승리다. 선발투수로서 제대로 던져본 것은 6월24일 대전 롯데전에서 6이닝 1실점(승패 없음)을 기록한 것이 사실상 마지막이었다. 이후 부진한 투구가 계속 이어져 사실 윤규진이 선발등판하는 날은 기대감보다는 불안감이 먼저 들었던 게 사실. 이날도 그랬다. 그러나 6회 1사까지 92개의 공을 던지며 3실점으로 버텨줬다. 직구 55개에 포크볼(19개)과 슬라이더(16개)를 요소요소에 잘 사용했다. 커브는 2개를 구사했다. 최고구속은 147㎞.
무엇보다 12년 만에 원정 선발승을 거둔 점이 눈길을 모았다. 마지막 원정 선발승이 2004년 10월5일 광주 KIA전이었다. 이후 주로 불펜에서 활약했고, 선발로 뛰어도 이상하게 원정에서 게임이 잘 풀리지 않았다. 이날 원정 선발 징크스까지 한꺼번에 날려버린 셈이다.
경기 후 윤규진은 12년 만의 원정 선발승에 대해서는 “큰 의미를 두지 않고 던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초반에는 주자를 내보내고 불안했는데 여러 차례 위기가 있었지만 수비수들이 잘 도와줘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고 동료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 뒤 “불펜으로 뛸 때는 선발투수들이 부러웠는데, 막상 선발로 뛰다보니 루틴을 맞추는 것이 쉽지는 않다”고 선발투수의 고충을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올 시즌 선발로 뛰면서 이닝소화 능력이나 타자 분석을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어제보다는 오늘, 그리고 오늘보다는 내일 더 발전하는 선발투수가 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다짐까지 곁들였다.
수원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