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건영의 굿모닝 MLB] 20승 선착! ‘절치부심’ 포셀로의 질주

입력 2016-09-1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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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의 릭 포셀로가 10일(한국시간)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토론토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포셀로는 이날 승리를 거두면서 올 시즌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투수 중 가장 먼저 20승 고지에 올랐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메이저리그에서 한 시즌 20승 고지에 오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1976년 이후 20승 투수가 한 명도 배출되지 못한 시즌은 무려 9차례. 최근으로 보면 2013년에 20승 투수가 나오지 못했다. 지난 시즌에는 시카고 컵스의 에이스 제이크 아리에타가 22승을 거둬 유일하게 20승을 돌파한 투수가 됐다. 지난 30년간 시즌 20승 고지에 오른 사례는 71차례로, 시즌당 평균 2.37번에 불과하다. 이 기간 동안 스티브 칼튼은 무려 6번이나 20승벽을 돌파했다. 톰 시버, 게일로드 페리, 톰 글래빈이 5번씩으로 그 뒤를 이었다.

올 시즌은 어떨까. 아직 페넌트레이스가 3주 이상 남았지만 보스턴 레드삭스의 우완투수 릭 포셀로(27)가 가장 먼저 20승 고지에 올랐다. 포셀로는 10일(한국시간)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서 치열한 선두 다툼을 펼치고 있는 토론토 블루제이스전에서 7이닝 2실점으로 눈부신 투구를 펼쳐 팀의 13-3 대승을 이끌었다. 정규시즌 마감까지 3~4번 더 선발로 출격할 예정인 포셀로가 현재 18승을 거두고 있는 JA 햅(토론토)을 따돌리고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차지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보스턴 레드삭스 릭 포셀로.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데이브 돔브로스키와의 인연

1988년생인 포셀로는 고교 시절 뉴저지주 최고의 투수로 군림했다. 졸업반이던 2007년 63이닝을 던져 103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10승무패, 방어율 1.44를 기록했다. 한 차례 퍼펙트게임을 달성하기도 했으며, 고교 시절 포셀로를 상대로 안타를 2개 이상 친 선수는 단 한 명뿐이었다.

운동은 물론 공부도 잘했던 포셀로는 노스캐롤라이나대학에 진학할 예정이었지만 프로로 방향을 틀었다. 당초 고졸 최고 투수라는 평가를 받아 1라운드 최상위권 지명이 유력했지만 그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가 과다한 계약 요구 조건을 내세울 것을 우려한 구단들의 회피로 27번째에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에 지명됐다. 디트로이트는 사이닝보너스로 350만 달러나 지불했고, 4년 계약에 1년 옵션 두 차례까지 최대 1110만 달러의 조건으로 장기계약을 체결했다. 이처럼 포셀로를 고졸 선수 최고 연봉자로 이름을 올리게 만든 사람은 바로 데이브 돔브로스키 단장이었다.

구단의 전폭적 지지와 함께 스프링캠프에서 뛰어난 성적을 올린 포셀로는 만 19세이던 2009년 5선발로 시즌을 출발했다. 14승9패(방어율 3.96)의 뛰어난 성적으로 그해 신인왕 투표 3위에 오른 포셀로는 6년 연속 10승 이상을 달성하는 위업을 달성했다. 특히 2014년에는 메이저리그 데뷔 후 가장 좋은 방어율 3.43에 15승(13패)을 따내며 리그 정상급 투수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디트로이트는 장기계약을 선택하지 않고 2014년 12월11일 요에니스 세스페데스, 알렉스 윌슨, 게이브 스파이어를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포셀로를 보스턴 레드삭스로 트레이드시켰다. 한편 2015년 8월4일 디트로이트 단장직에서 물러난 돔브로스키는 딱 2주 만에 보스턴의 구단 운영 사장으로 옮겨 가 운명적으로 포셀로와 재회하며 인연을 이어갔다.

보스턴 레드삭스 릭 포셀로.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15패 투수에서 사이영상 후보로

지난해 4월7일 보스턴은 파셀로와 4년 8250만 달러의 조건으로 장기계약을 체결했다. 1년 1250만달러의 조건으로 시즌을 갓 시작한 상황에서 나온 뉴스라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게다가 7월까지 포셀로의 성적은 형편없었다. 5승11패에 방어율도 5.81로 치솟았다. 설상가상 삼두박근 부상을 입어 생애 처음 부상자명단(DL)에 오르는 등 우여곡절 끝에 9승15패 방어율 4.92의 초라한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절치부심 끝에 새로운 시즌을 맞은 포셀로는 자신의 최대 강점인 정교한 제구력을 앞세워 15승을 따냈던 2년 전 모습을 재현했다. 출발이 좋았다. 4월 한 달 동안 5번 선발로 나서 모두 승리를 따냈다. 방어율도 2.76으로 뛰어났다. 5월 들어 2승2패, 방어율 4.65로 잠시 흔들렸지만 이후 13승을 더하는 사이 단 1패만을 기록하며 에이스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특히 홈구장 펜웨이파크에서는 14번 선발로 나서 13승무패(방어율 3.03)로 맹위를 떨쳐 2007년 조시 베켓 이후 보스턴 선수로는 처음으로 단일 시즌 20승 고지에 등정했다. 1950년 이후로 범위를 넓히면 20승을 달성한 11번째 보스턴 투수가 됐다.

포셀로는 최근 9경기 내리 7이닝 3실점 이하로 호투하는 등 29번 선발등판 중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점 이하)를 22번이나 달성했다. 여기에 팀타율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는 보스턴 타자들이 포셀로가 등판한 경기에서 더욱 힘을 냈다. 포셀로의 선발 경기에서 10득점 이상을 기록한 것이 6차례나 되는 등 경기당 평균득점이 6.97점으로 리그 1위다. 현재 포셀로는 아메리칸리그에서 다승(20) 1위, 이닝수(193.2) 3위, 탈삼진(161) 10위, 방어율(3.21) 9위, 이닝당 출루허용(1.02) 3위, 승률(87%) 1위, 완투(2) 4위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상위권을 질주하고 있다. 생애 첫 사이영상에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노리는 포셀로의 거침없는 기세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궁금하다.

MBC스포츠플러스 메이저리그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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